[오규열 칼럼] 반도체를 알아야 세상이 보입니다
[오규열 칼럼] 반도체를 알아야 세상이 보입니다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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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미국은 반도체 기술을 무기로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에 나섰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반도체의 대중국 공급 차단을 개시하였다. 5월 18일 미 상무부는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을 전면 차단하기 위해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는 기업은 반드시 미국 정부의 승인을 거치는 조치를 9월 15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7월 16일 글로벌 1위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2021년부터 120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국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였다. 도대체 반도체가 무엇이기에 미국은 대중국 봉쇄카드로 반도체를 들고 나왔으며 이는 향후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가?

반도체는 특별한 조건에서만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필요에 따라 전류를 조절할 수 있다. 반도체는 주로 실리콘(Si)으로 만들고 첨가하는 물질에 따라 특성이 바뀐다. 이러한 이유로 반도체는 과학기술 문명의 중심인 전기·전자산업의 핵심적인 요소를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은 반도체에 의해 작동되기에 반도체를 ‘마법의 돌’로 여긴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이나 논리와 같은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사용된다. 메모리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로 다시 분류할 수 있다. D램은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빨라 컴퓨터의 주력 메모리로 사용된다. 램은 정보를 기록하고 기록해 둔 정보를 읽거나 수정할 수 있는 메모리로, 전원을 공급하는 한 데이터를 보존하는 S램과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이 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저장된 정보가 전원이 끊겨도 지워지지 않는 반도체이다. 낸드플래시에 데이터를 쓰고 지우려면 20V의 전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낮은 전압에서는 데이터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전기가 끊어진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전자기기를 작동하는 데 쓰이는 반도체를 비메모리 반도체 혹은 시스템 반도체라고 부른다.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제어하거나 연산, 변환, 가공하는 반도체로 PMIC(Power Management IC), CIS(CMOS Image Sensor), CPU, GPU, FPGA 등이 있다. 이는 공정별로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검사와 조립을 전문으로 하는 테스트 및 패키징으로 분류된다.

세계 반도체 생태계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미국 첨단기업들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를 담당하고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이 미국기업들의 설계에 따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TSMC가 생산한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가지고 아이폰, 갤럭시폴드 등의 첨단 전자기기들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파운드리 업체들이 생산에 있어 완전히 독자기술을 보유한 것도 아니다.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를 기준으로 크게 8개의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웨이퍼 제조를 시작으로 산화, 집적회로 그리기, 포토, 식각, 증착 및 이온주입을 거쳐 금속 배선과 검사를 마쳐야 반도체가 만들어진다. 이 8개의 단계마다 미국의 첨단장비가 사용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미국의 첨단장비가 배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했다.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에 힘입어 SMIC는 세계 5위의 파운드리업체로 급성장했다. 미국은 화웨이 제재에 이어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인 SMIC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SMIC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SMIC는 미국의 장비를 수입할 때마다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는 중국의 전략을 싹부터 자르겠다는 의미이다. 세상은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물량만을 따질 때가 아닌 지점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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