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귀뚜라미 소리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귀뚜라미 소리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9.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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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소리
시인·수필가

어찌보면 갈수록 빡빡하고 누추하고 서럽고 숨막히는 현실 같은데 그래도 가을은 깊어지고 있다. 유래없이 올해는 비가 많이 온다. 한여름 내 비가 오더니 가을이 되어도 늘 비다. 지난 50년 동안 생물 개체 수 70%가 사라졌다고도 한다. 공룡소멸 이후 최대라고도 한다. 과학의 발달로 인공지능 유전자조작 운운하는 시절이지만 지구환경이 급히 망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가 보다.

법무부 장관이 청탁이냐 민원이냐 온 나라가 온통 그것에 목맨다. 이유가 뭔가?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정도가 아젠다가 되는 이유? 그게 푸코의 진단 아닌가. 진실은 늘 누가 그 말을 왜 하는지? 검찰개혁 저지하려는 그렇게 기득권을 보호받으려는 조직적 치밀한 저항으로도 보인다는 게지. 군 면제도 아니고 수술 때문에 휴가 연장받은 것 때문에 온 나라가? 군 면제는 휴가연장과는 결이 다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군 만기제대 현역 해군장교 아니면 CEO자격 안준다. 이 가문은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 4~5대 150년 동안 국내총생산 30%를 차지하고도 국민들께 쉼없이 사랑받는 이유다.

우리는 이 깊은 권위주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민주당 국힘당 그게 문제 아니다. 여야의 문제 아니다. 진영논리도 아니다.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문제다. 진보정권의 자녀들 군 면제가 더 많다며? 군대도 못갈 체력과 여건이면 공직도 좀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담마진이 심해서 군 못가도 국정운영에는 문제없다. 군대나 정부 관료나 국가직이기는 마찬가지 같은데.

이런 것을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어도 국민의 심리적 동의 쯤은 받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6.25때 미8군 사령관 자녀 한국전에서 파일럿으로 전사했다. 그 사령관 이틀만에 수색금지시켰다. 자기 아들만 그럴 수 없다고. 당시 미국 지휘관 자녀 수십명 한국전쟁 참여했다. 영국 왕세자는 전장으로 맨 먼저 달려간다. 우리야 돈, 빽, 다른 구실로 면제받는 것이 능력처럼 인식되니.

그러니까 그 깊은 권위주의가 문제라는 게다. 부대전화 민원이냐 청탁이냐가 그리 큰 문제일까,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수소차 개발, 쓰레기 분리수거 철저, 이런 지구살리기 운동이겠다. 지구환경이 날로 망가져 생존자체가 불가능한 시절이 오고 있는데, 집이 불타고 있는데 집안에서는 밥그릇 운전대 서로 차지하러 난리다. 가끔 영화에 그런 것 있다. 달리는 차안에서 격투하는 모습.

나이 들어 은퇴할 때쯤 되면 늘 삶은 저만치서 혼자 서성댄다. 연구실 책들 철거하고 빈 공간에 홀로 앉아 있다 보면 그리 쉽게 속히 보잘 것 없이 가버린 삶이 돌아보아 지기도 한다. 까마득하게 오지 않을 것 같은 노년이 불쑥 코앞에 와 있는 느낌, 종일토록 비만 오락가락하더니 깊은 밤 귀뚜라미 소리만 방안 가득 창을 넘어온다. 비대면이라 온종일 홀로 지내도 하루는 가고 하릴없는 시간이 바람처럼 피할 수 없는 이웃이라 해도 그건 시절이다.

자본주의사회 어떨 땐 혐오스럽기도 하다.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 욕망이 긍정되는 사회, 이기심이 정당화되는 사회. ‘사람이 먼저다’이고 싶다. 근로소득이 임대소득 자본소득보다 값비싼 세상을 살고 싶다. 생산성 효율성이 아니라 개체성 생명성이 주제인 사회를 살고 싶다. 변기에 앉아서 일 볼 수 있는 닭을 수만마리 닭장에 넣고 알 빼내는 효율성. 연 10만 마리 버려지는 유기견, 그렇게 인간과 자본과 욕망이 주인된 이 세상의 끝 보다는 생명 정의 평화가 주인되는 시대를 살고 싶다. 이익과 욕망만이 기준인 사회, 혹은 알튀세르의 말처럼 헤게모니 이념이 정체성이 되는 사회, 그건 분명 후진국형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따뜻한 자본주의, 면세점 창업주 거의 100조에 달하는 전 재산 기부, 그분 한국전 참전 용사란다.

가을인가 보다. 이리 상념이 깊어지는 것을 보니. 깊이 들이쉬는 숨결에서, 깊은 밤 저 귀뚜라미 소리에서, 한 날이 또 석양빛으로 물들고 깨어나는 그 시간의 어디쯤에서, 더 깊은 감사와 평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가을처럼 더욱 깊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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