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참는다는 말은
잘 참지 못한다는 말을
숨기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꼬리를 물고 일어서는 생각과 그리움
그것도 참아 보려 한다
”
사람이 떠난 자리에 그리움이 남는다.
그리움 속에 차 한 잔을 건네면
그 향은 가슴으로 내려앉고 노을은 찻잔 속에 뜬다.
세월이 무심하여 너를 떠난 자리에 노을 든 찻잔만 남아서
향을 내고 있다.
식은 찻잔은 아직도 노을이 있어 차마 마시지 못하고
다시 차를 끓이고 있다.
나는 물 끓는 소리에 긴 그리움을 가득 채워서 한숨을 숨긴다.
다시 차 한 잔을 네게 건넨다.
네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찻잔도
곧 그리움 속으로 잠길 것이다.
오늘은 손톱 모양의 달이 떠 있다. 세상을 숨기는 어둠이 함께하고 그리운 이들의 별들이 군데군데 반짝이고 있다. 달의 양 옆은 오늘 부러진 손톱처럼 날카롭기가 칼날을 닮아 있다. 사실 달은 여전히 둥글 것이다. 내가 있는 시간과 공간에 의해 한 부분씩 보여질 뿐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만든 작은 창문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단언한다. 내 마음의 크기와 창문의 크기는 닮아있다. 기분이 좋은 날은 손톱을 닮았어도 만월같이 풍요로웠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 문득 생긴 그리움 탓인지 모르겠다. 그리움이 가득 차서 비가 내려 강을 넘치게 하듯이 가슴에 넘쳐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 비워내고 또 시간을 채워서 그렇게 살아왔다. 많은 이야기와 추억들을 공유하면서 잘 참아왔다. 잘 참는다는 말은 잘 참지 못한다는 말을 숨기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잘 숨겨 왔는데, 생각과 그리움이 꼬리를 물고 일어서면 어떻게 할 방법을 몰라 그냥 그것도 참아 보려고 한다. 내가 지금 내 그리움의 감정에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 그리움도 마음으로 가만히 내려앉아 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