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블랙 코미디
[하동근칼럼東松餘談] 블랙 코미디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09.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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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블랙 코미디라는 희극의 한 장르가 있다. 블랙 코미디는 코미디는 코미디인데, 그 소재가 고통이나 우연, 잔혹, 죽음 등 비극의 소재를 주로 하되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웃음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블랙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는다. 코미디의 하위 장르로 인간과 세상살이의 모순점, 부조리를 느끼게 하는 역설적인 유머를 사용한다. 당연히 풍자나 희화화, 패러디 등을 수법을 통해 관객의 웃음을 끌어냄으로써 밝고 쾌활한 웃음보다는 씁쓸한 웃음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무성 코미디의 대가인 찰리 채플린이나 웃지 않는 코디미언 버스터 키튼, 에른스트 루비치가 만든 코미디 영화가 블랙 코미디에 해당한다. 국내 영화로는 조용한 가족, 간첩 리철진, 기생충 등이 대표적이다.

블랙 코미디가 방송프로그램으로 채택되어 특히 정치적인 소재로 접근하게 되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곤 한다. 이른바 ‘시사 개그’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인데 재미있는 멘트가 나와, 히트하면 젊은이들의 유행어가 되기도 하고, 술자리 안주로서 상종가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결국 구설수에 올라 편성에서 아웃되는 이른바 적폐 청산을 당하게 된다. 과거 80년대 중반, 꽤나 이름을 날렸던 김형곤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대표적이었고, 그 후로 ‘웃찾사’와 ‘개그 콘서트’ 등이 그 맥을 이었다. 그러나 ‘웃찾사’는 지난 정부 때, ‘개그 콘서트’는 이번 정권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겉으로 드러난 프로그램 폐지의 이유와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 진짜 속사정일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시사 개그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춘 뒤로, 시청자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마음 놓고 크게 웃는 일이 사라졌다. 최근 발표한 나 훈아의 노래 ‘테스 형’의 가사에서 나오는 ‘한바탕 턱 빠지게 웃고 싶지만’,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현실은 그럴 일이 더더욱 없어진 듯하다. 그런데 턱 빠지게 웃을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에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해소시켜 준 블랙 코미디가 현실에서 벌어졌다. 이미 그 이름도 유명한 ‘시무 7조’라는 상소문 때문이다. 진인 조 은산의 ‘시무 7조’가 나오기 전에 ‘삼호어묵’ 아줌마께서 앞서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긴 했지만, ‘시무 7조’가 한국판 블랙코미디로서는 그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로 치면 해학을 넘어서는 골계 차원으로 장원급제 했을 필력이다.

시사 개그나 코미디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을 빗대어 비판하거나 풍자함으로써 일반 서민들의 애환을 도닥여주고, 그들의 정서를 공감해 줌으로써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상이 되는 높으신 분들은 방송사의 시사 개그를 싫어하고, 그래서 방송사는 알아서 프로그램을 없앴는지는 모른다. 시사 개그가 역설적으로 현실에서 쌓이는 국민의 불만이나 스트레스, 반대정서를 웃음을 통해 해소시켜 줌으로써 오히려 정치에 대한 불만 표출이 줄어들 수도 있고 완화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불만 해소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둘을 모르니 하나만 아는 그들에게는 개그가 통하지 않는다. 개그가 통하지 않는 사회는 닫힌 사회이고 소통이 없는 사회다. 하기야 정치인 스스로가 블랙 코미디의 주인공을 자처하고, 줄줄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백댄서 역할이나 하고 있으니 방송사의 시사 개그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진중권보다 더 날카롭기 짝이 없는 ‘시무 7조’같은 송곳에 찔려 ‘아야’ 소리도 못하고 뼈 아파하지 않으려면 ‘개콘’과 ‘웃찾사’를 다시 허용해야 할 것이다. 개그는 개그맨에게 시켜야지, 정치인 스스로가 개그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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