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가을 안개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가을 안개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0.11.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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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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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수백만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스탈린의 말이다. 시장에서 생계형 상인들을 괴롭히면 조폭이 되지만 나라를 통째로 뺏으면 왕조의 시조가 된다. 이씨조선 이성계, 신라통일 태종무열왕, 그리고 나아가서 세계를 무력으로 침탈지배하면 영웅이 된다. 나폴레옹, 알렉산더, 징기스칸…. 북한 김씨 왕조는 악의 축이지만 북한 인민에게는 지존이다.

우리가 존경하는 세종도 부인이 여럿이었고, 다산도 강진유배 시 혼외자 딸을 두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분들에게는 대의라는 것, 정의라는 것이 있었다고? 아니다. 그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초보 철학자도 안다.

아브라함은 부인을 버려도 믿음의 조상이 되었고, 야곱은 부하를 파멸시키고 가정을 뺏어도 합한자가 되었다. 경술국치에 을사오적은 매국노로 낙인되었어도 최고결정권자이자 나랏님인 고종은 면죄부다.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보내고 구국운동해서?

만일 천국이 있다면 징기스칸이나 나폴레옹 같은 소위 영웅들은 천국행인가 지옥일까? 불교식의 카르마(업보)가 있다면 왜 인디언 몰살시킨 미국과 잉카제국 흔적까지 지운 스페인은 잘 살까? 그러니까 기존에 우리가 의심 없이 수용하던 가치들이 사실은 허구일 수 있다는 게다.

이명박과 박근혜. 다스 실 소유주, 주요정책결정권자는 알고 보니 최순실. 인간이 완벽할 수는 없겠다. 99가지 치적이 1가지 실족으로 허물어진다면 누가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을까?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란게 있겠다. MB의 ‘저수지 게임’은 온통 사방의 물(돈)이 저수지(비밀통장)로만 모이게 했다는 가설이고, 금번 대법원 판결도 노통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며 외치는 독립투자 윤봉길 같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우린 어떤 분들을 대통령이란 이름으로 나라의 운명을 맡긴 것인가 되짚어보게 된다. 한 분의 사자방, 다른 분의 비밀의 방.

트럼프의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호감도 조사는 김정은보다 못하다. 코로나는 독감보다 미약하다고 세계보건기구도 탈퇴하고, 선거 패배 시 소송부터 준비하는 그가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란 사실에서 우린 또다시 가치관과 정의의 보편성에 절망하게 된다.

진보의 가치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자체에 대한 신뢰를 전제하는건데 민주당은 시장후보 미선출 공약을 절차적 합법성으로 뒤집는 행위로 자기부정을 보여주며 유권자들에게 ‘그 넘이 그 넘’이란 여운을 깊이 심어주는 것 같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가 뭔가? 상식이란 게 있긴 한가? 만일 다스가 MB 것이라면(아니 그건 확정판결이지만) 저리도 당당한 자세로 “정의가 죽어 나라 장래가 걱정스럽다”는 태도는 과연 가능할까? 원래 정치란 속임수 능력자들의 최고를 뽑는 행위라고는 하지만.

사회보편의 기준에서 볼 때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비정상적 인간을 우린 통상 미친X 사기꾼이라 한다. 근데 절대로 우리가 이런 분들에게 국가통치권을 맡겼을 리 없다. 오천만이 살펴보고 한 투표의 결과가 아니었던가. 그들이 살아온 지난날의 행적을 여러 가지로 확인하고 검증한 분들 아닌가.


“정권인 줄 알았더니 이권이었다”는 진작에 알아차린 어느 분의 관철이 이제사 어렴풋이 깨닫는 진실인가? 이포보를 걸으며 그 거대한 구조물의 의미를 도저히 이해못하던 필부의 무지가 이해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왠지 씁쓸해지는 것은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에 대한 우울 때문이겠다.

보편성, 상식, 정의, 신뢰, 가치, 행복, 미래, 공유, 나눔, 평화, 협력. 이러한 개념들의 정의가 뭘까? 이런 잡히지 않는 형이상학적 개념들을 끝없이 동음반복해 온 것이 세계사요 사상사란 자성이 다시 되뇌어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이러면 안된다. 정신을 맑게 해야지. 지구인구의 반을 삭제하려는 거대조직에 맞서 싸우는 영웅들의 노력이 선이 되려면 그들의 폭력이 ‘인간 개체수를 선제적으로 삭제함으로써 지구를 살리려는 거룩한 시도였다’는 그들의 논리가 합이 아니어야 한다.

동학개미의 조건이 한 종목 3억 투자요, 1가구 감면기준 평균집값이 9억이란 기준도 그것은 정치요 표란 이름이니 그리 이해하라는 비상식의 상식화를 유도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이 시대를 살아내는 서민들은 참 모진 시련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미세먼지인가? 가을안개가 자욱하다. 노원역 전철 승강장에 조계사에서 간판을 걸었다. “‘오직 모를 뿐’을 알면 더이상 찾을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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