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욱칼럼] 엘리트주의와 도덕성
[전수욱칼럼] 엘리트주의와 도덕성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11.0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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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욱 경영학박사‧슘페터경영연구소 소장
전수욱 경영학박사‧슘페터경영연구소 소장

엘리트주의는 사회가 소수의 집단인 엘리트(elite)를 중심으로 이끌려나아 가야 한다고 보는 견해의 총칭이다. 이런 사회는 권력을 가진 엘리트와 그렇지 못한 대중으로 구분되며, 소수관료나 저명인사 등 사회지배계급(엘리트)에 의해 모든 것이 일방적으로 채택된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는 서울과 학벌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판사, 검사, 의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때 군사정권시절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들이었다. 그들은 미국 유학을 통해 선진적인 행정시스템을 배워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졌었다. 예를 들어,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에 의해 결성된 비밀 사조직인 하나회는 1963년 조직된 후 선후배간에 자리를 물려주며 군 요직, 국회, 정당, 정부투자기관, 기업체 등 사회 각계로 진출하여 문민정부에 의해 해체될 때까지 권력을 만끽했다.

이 엘리트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내세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인 공리주의는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행위는 옳은 행위이고 고통을 가져다주는 행위는 그릇된 행위로 본다. 그러나 공리주의는 공동체가 허구의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수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살인을 해도 무방한 도덕적 기준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두 개의 선로 위에 각 작업자가 3명과 5명이 작업하고 있을 때, 기차가 5명이 작업하는 곳으로 들어온다면 기차의 방향을 5명에서 3명의 방향으로 급히 변경시켜 3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옳은 행위로 공리주의는 판단한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은 종종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공리주의로 그 행위를 판단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다. 1974년 4월 중앙정보부는 유신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을 수사하면서 그 배후・조종 세력으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를 지목하여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 내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했고, 대법원은 1975년 4월 8일 도예종 등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으며, 국방부는 판결 18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이 판단은 굴욕적 한일회담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 투쟁과 군사정권에 대한 퇴진요구를 억누르고 정권의 권력과 이익을 공고히 했다. 최근에는 ‘한명숙 뇌물조작 사건’이나 ‘조국 사태’, ‘의사 정원수 확대를 반대하는 의료인 파업’에서 보듯이 자신들이 속한 집단이 다수라고 믿고 자신들만의 행복을 위해 행위를 판단하는 엘리트주의를 지금도 보게 된다.

이 불행을 잉태하는 엘리트주의와 결합된 공리주의를 하루빨리 청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도덕적 기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칸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롤스의 정의’적 도덕성이 필요하다. 칸트의 자유는 내 밖에 주어진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이유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동기를 지닌 목적을 선택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롤스의 정의는 무지의 장막 상태에서 기본 자유권과 차등원칙에 합의하여 우리가 사회계약을 작성하여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 데 있다. 우리 사회는 엘리트주의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리주의로 행동을 판단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사회가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동기와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목적으로 행동하는 데 미래가 있다. 그래서 재능 있는 사람은 그 재능을 개발하고 이용하도록 하되 그 재능으로 시장에서 거둬들인 대가는 사회 전체에 돌아가게 만듦으로써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도덕성은 공리주의에서 벗어나 칸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롤스의 정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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