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공영방송과 신뢰성
[하동근칼럼東松餘談] 공영방송과 신뢰성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0.11.12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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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전 imbc 사장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전 세계 40개국의 언론에 대한 자국민들의 신뢰도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조사했다. 그 나라 국민이 자기네 나라 언론의 뉴스를 얼마나 믿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올해 꼴찌를 했다. 조사 대상자의 21%만이 신뢰한다고 했다. 그리고 44%가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언론사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전체 평균 28%보다 16%나 높다. 터키, 멕시코, 필리핀 세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높다. 그리고 내 생각과 반대되는 뉴스라도 좋아한다는 응답률은 불과 4%에 지나지 않는다. 체코, 헝가리, 대만, 폴란드 (이들 국가는 3% 이하) 다음 순이다. 정리하자면 한국인들은 언론뉴스를 그다지 신뢰하지도 않을뿐더러 좋아하는 뉴스는 집중적으로 읽고 보지만 싫어하는 뉴스는 거의 보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 뉴스 편식증이 매우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언론뉴스 소비양태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스의 신뢰도는 뉴스의 공정성과 직결되어 있다. 그리고 뉴스의 공정성은 외적인 요인, 즉 환경적인 요인과 내적인 요인, 즉 제작과정의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이 가운데 환경적 요인, 특히 정치권력과 규제기관의 개입 여부, 그리고 경영진의 뉴스 제작과정 개입 여부 등이 뉴스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한국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 즉 지상파 방송사의 사장을 선출하는 제도는 TV뉴스의 신뢰도를 형성하는 요소로서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결정적이다. 쉽게 풀자면 한국에서는 정권을 잡은 쪽이 마음대로 공영방송사 사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공영방송사 사장 자리는 전리품이나 다름없다. 김대중 대통령 때 이 방식이 결정되었고, KBS와 MBC 사장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임명되었다. 이 지배구조가 깨지지 않는 한, 두 방송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자리 때문에 외부 압력은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조직 내부의 진통은 계속 거듭될 것이다. 그 사이 구성원들은 두 패로 갈라졌고, 한솥밥을 먹던 사이도 서로 원수처럼 외면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환경에서 공정성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믿고 볼 수 있는 뉴스가 제작될 수가 없음은 필지의 결과이고 이번 로이터 보고서의 충격적인 결과도 새삼 놀라울 일도 아니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극단의 곡절을 겪으며 지금에 이른 경위가 있다. 망국과 식민통치, 해방과 분단, 전쟁과 독재,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발전과 분배, 진보와 보수, 친일과 종북 등 역사의 흐름과 대치되는 명제를 놓고 나라 전체가 양쪽을 나뉘어 서로를 힐난하고, 배척하고, 상호 부정의 진통을 겪어왔다. 그런 와중에도 한편으로 정치와 경제의 발전을 거듭해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요즘처럼 과격과 급진, 사실부정과 내로남불이 판을 치고, 상호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시대야말로 따뜻한 뉴스, 살아있는 뉴스, 지혜로운 뉴스, 공명정대한 원칙에 입각한 뉴스가 필요하다. 국민을 사랑과 신뢰로 감싸주고, 관용과 포용, 배려와 존중을 강조함으로써 공영방송의 뉴스가 제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원한에 찬 은원도, 얽히고 얽힌 질곡의 타래도 좀 쉽게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당연히 뉴스의 신뢰성과 시청률도 살아날 것이다. 공영방송이 권력 쟁취와 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치유와 화해의 수단으로서 거듭 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이 방송사 사장자리에 자기네 사람을 앉혀야겠다는 욕심을 비우고, 공영방송이 맘껏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묶어 놓은 족쇄를 풀어 줄 수는 없을까? 하는 간절한 바람이 문득 스치는 가을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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