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었다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었다
  • 경남미디어
  • 승인 2020.11.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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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강한 사람보다
온화한 사람을 더 좋아한다
사람의 관계는 바람이 아니라
온화한 햇볕이 오래 유지 시켜준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나는 오늘 잠깐 만나서 이것저것 대충 끼워 맞추고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언니 동생이 못된다. 나는 한참동안 시간을 함께해야 하며 계절도 함께 보내고 넘겨야 한다. 중간에 기다림이 부족해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공유한 나의 사람들은 굳이 불필요한 말이 없어도 상대를 이해하고 또 기다려 준다. 그리고 늘 조급하지 않게 자리를 비워두고 언제든 찾아와도 어색함이 없도록 한다. 간혹 잊고 지내다가 찾아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말 사는 것이 힘들고 바빠서 나를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든 그들이 나를 찾아주는 것만으로 나는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사람들은 강한 사람보다 온화한 사람을 더 좋아한다. 강한 것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잠시 굴복하여 친근한 척 다가설지 모르지만 그것에는 거짓이 있다. 그 거짓은 곧 드러날 것이다. 힘이 빠져 약해지거나 강한 힘이 사라지고 나면 그는 곧 혼자가 될 것이다. 사람의 관계는 바람이 아니라 온화한 햇볕이 오래 유지 시켜준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에도 설레고, 사람을 맞이할 때도 설레고, 반갑고 그리고 아쉬운 절차를 거친다. 감정이 이렇게 단계를 거치며 성숙해지기를 거듭하지만 이런 감정에 늘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상황들을 수없이 되풀이한다. 때로는 만남이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차라리 보지 않고 만나지 않고 지내는 편이 행복일 경우도 있다.

그 바람 같은 사람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경직되고 불편해진다. 그 사람은 좋은 만남을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지적하고 평가하고 군림하기 위해 늘 온다.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야 하는 경우라면 그냥 아주 가끔 우연히 스치고 싶다. 그것도 잊혀지기 직전이면 더욱 좋겠다. 잊어도 상관없는 관계를 위해 그는 햇살이 아닌 바람을 택했을 것이다.

만남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의미를 알았더라면 나그네의 옷을 벗기겠다는 게임에 동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을의 햇살이 우리의 대화에 반응하듯이 그렇게 타인의 가슴에 잔잔한 일렁거림마저도 쉬이 넘기지 말라.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만나서 마음이 먼 거리의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만남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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