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보석같은약초이야기]멸종위기 야생약초 복원에 인생을 걸다
[지리산의보석같은약초이야기]멸종위기 야생약초 복원에 인생을 걸다
  • 황인태 본지 회장
  • 승인 2019.01.11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리산 자생 약초 1500여종 중 600여종 멸종상태
두고볼수 없어 공무원 자리 박차고 나와 농원 시작
약초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전국에 안다닌 곳 없어
10년만에 멸종위기 600여종 포함 약초식물원 완성

지리산자연건강학교 자미원 대표 김승주 선생<1>

약초에 관심을 갖고 지리산자연건강학교 자미원을 찾은 사람들에게 약초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김승주 대표.
약초에 관심을 갖고 지리산자연건강학교 자미원을 찾은 사람들에게 약초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김승주 대표.

 

산청읍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경호강 다리를 지나 지리산 웅석봉 계곡 쪽으로 가다보면 아름다운 펜션들이 즐비하다. 여기가 산청읍 내리 펜션단지이다. 이곳에서 약 15분 정도 시멘트 포장된 산길을 오르면 제법 펑퍼짐한 농원이 나온다. 여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야생약초가 수집돼 보호되고 있는 지리산자연건강학교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 1121 번지이다. 산청군청에서 남서쪽으로 약 3km정도 된다.

지리산자연건강학교 김승주 대표의 농원에는 다양한 약초를 볼 수 있고 그 약초들에 대한 김 대표의 설명이 현장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원래 김 대표는 약초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평범한 공무원이었다가 어느 날 약초의 길로 접어든 사람이다. 바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리산의 약초가 멸종돼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원래 지리산에 자생하는 약초가 약 1천5백종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지리산에서 보고되는 약초는 1000여종도 되지 않습니다. 약초의 남획과 무지로 인해 약초의 보고인 지리산 약초생태계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지리산 약초가 멸종돼 가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지리산 웅석봉 계곡에 땅을 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땅이었지만 지금은 40ha나 되는 제법 큰 규모의 농원이 됐다. ‘지리산자연건강학교’라는 이름이 붙은 이 약초농원에는 지금 멸종위기에 놓인 약초를 비롯하여 야생약초 600여종이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약초식물원인 셈이다. 그가 이렇게 우리나라 유일의 약초식물원을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년이 넘는다.

1999년 산청군에서 평범한 공무원을 하던 김 대표는 산청군 의료원에서 보건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아내 하상순씨까지 설득해 멸종해 가는 약초 종자 수집을 하러 나섰다. 하려면 혼자서 할 일이지 아내까지 직장을 그만두게 하여 약초 종자 수집에 나서자 주변에서는 당연히 미친 사람들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그런 이웃의 소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전국을 돌며 약초종자를 수집해 그들이 마련한 지리산 웅석봉 계곡 약초농원에 하나둘 가져다 심었다. 참으로 대책없는 사람들이었다

김 대표는 약초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전국에 안다닌 곳이 없다. 지리산은 몇 십번은 올랐을 거라는 게 그의 기억이다.

“하루는 포항 기청산에 있는 수목원엘 들렀는데 ‘만병초’라는 희귀한 약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만 가지 병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다고 하여 ‘만병초’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 약초이예요. 원래는 지리산과 설악산에 자생했는데 지금은 지리산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약초입니다. 주인도 희귀한 약초인지를 아는 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심어져 있었어요. 주인을 찾아서 한포기만 팔라고 하니 팔지 않는 식물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그냥 욕심으로 가져 가려는 것이 아니라 보존해서 보급할 목적으로 그러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설득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들끼리 회의를 해보고는 진심이 통했는지 세 포기를 주어서 가져왔어요. 그 만병초가 벌써 300포기 이상으로 번식해 있어요.”

 

김승주 선생이 10여년에 걸쳐 조성한 지리산자연건강학교 자미원의 입구 표지석.
김승주 선생이 10여년에 걸쳐 조성한 지리산자연건강학교 자미원의 입구 표지석.

이처럼 김 대표의 40ha의 농원에 심어져 있는 약초는 하나하나가 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하여 지리산자연건강학교에는 지금 지리산에서는 거의 구경을 하기 힘든 구룡목, 마가목, 접골목, 만병초 등 목본 약초와 산작약, 삼지구엽초, 기린초, 석창포, 지치 등 초본류를 포함해 약 600종의 약초가 자라고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약초 종류로만 본다면 가장 많은 약초를 보유한 약초식물원이 된 셈이다. 마가목과 구룡목 등이 약효가 좋아 지리5목에 속하는 데 이들 나무들을 김 대표가 우리나라에서 그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마가목은 이미 2000그루를 넘어섰고 구룡목도 300그루 이상이 됩니다. 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개비자나무도 700그루 이상이 잘 자라고 있어요. 개비자나무는 좀비자나무·조선조비(朝鮮粗榧)라고도 해요. 산골짜기나 숲 밑의 습기 많은 곳에서 잘 자랍니다. 약초는 아니지만 열매는 식용하고 나무는 정원수로 쓴다. 한국 특산종으로 경기도, 충청북도 이남에 분포합니다.”

김 대표는 이들 약초 나무 중에서 마가목을 제일 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사는 나무인데 요즈음은 해발이 낮은 지역에서도 잘 자라도록 성질이 변했다고 했다. 약효는 열매가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는 작용이 있어 주로 기관지염이나 폐염 등의 치료에 쓰인다는 것. 그런데 최근에는 나무 줄기에서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약효가 발견되고 기혈의 순환을 원활히 하는 것도 증명이 되어서 보약으로도 쓸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마가목이 다양한 약효를 지니고 있어서 앞으로 연구개발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나무의 모양이 예뻐서 관상수로도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가을이 되면 익는 빨간 마가목 열매의 모습은 다른 어떤 약초나무에서 볼 수 없는 예쁜 모양을 하고 있어 고급 정원수로 적격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약초는 신비해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약초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접골목(接骨木)이라는 나무가 있는 데 식물명으로는 딱총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나무가 뼈를 붙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선조들이 뼈를 붙인다는 뜻으로 접골목(接骨木)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약초농장에 있는 나무와 약초 하나하나를 설명해 가는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약초를 보는 게 그의 놀이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약초를 놀이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접골목(接骨木)을 잘만 활용하면 좋은 사업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할 일은 아니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할 일이지만 말입니다. 요즈음 중년 여성들이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골다공증 아닙니까. 그런데 접골목(接骨木)을 평소에 차로 복용하면 이러한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뼈가 부서지고 나서 치료하는 것 보다는 평소에 뼈에 좋은 약초를 꾸준히 먹으면 이를 예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앞으로 누군가는 그런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인태 본지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대로 988, 4층 (칠암동)
  • 대표전화 : 055-743-8000
  • 팩스 : 055-748-14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선효
  • 법인명 : 주식회사 경남미디어
  • 제호 : 경남미디어
  • 등록번호 : 경남 아 02393
  • 등록일 : 2018-09-19
  • 발행일 : 2018-11-11
  • 발행인 : 황인태
  • 편집인 : 황인태
  • 경남미디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7481400@daum.net
ND소프트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선효 055-743-8000 7438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