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포퓰리즘 정치
[하동근칼럼東松餘談] 포퓰리즘 정치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1.2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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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미국 바이든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무력시위 우려 때문에 역대 유례없는 삼엄한 경계 속에 무사히 치러졌다. 패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린 온갖 몽니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거대한 민주주의 시스템은 느리긴 했지만 작동했고 바이든 시대의 미국이 새로 시작됐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기존 행보와는 달리 상당히 튀는 모습을 보여 온 것은 사실이다. 팬덤 현상까지 보인 포퓰리즘 정치를 구사해온 트럼프는 그러나 재선에 실패했다. 미국인들은 바이든이 미국을 잘 이끌어 가리라고 보는 희망보다는,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가 트럼프의 포퓰리즘 정치에 휘둘려 자칫 독재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불식된 점에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좌충우돌 행보를 놓고 미국의 석학들은 그동안 그가 포퓰리즘을 이용한 독재정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진작부터 표명해 왔다. 미래학자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포퓰리스트 플레이북’이란 저서를 통해, 이른바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수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전체 국민을 진짜와 부패한 엘리트로 양분한 뒤에, 반대편을 불법적이고 비애국적인 악마로 낙인찍는 전략을 구사한다. 다음은 사법부를 내편으로 채운 뒤에, 언론의 독립성을 압박하는 한편, 공영방송과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 물론 친위 언론네트워크도 구축해 이를 공식화한다. 여기에다 시민사회에서 반기를 들 만한 요소(시민단체, 대학, 반부패 및 인권단체 등)를 제거하거나 내편으로 만든다. 상대방을 지원하는 경제계는 겁을 주어 협박하는 한편, 충성하는 정실자본가를 새로운 계층으로 육성한다. 공무원과 군대조직은 정치화하고, 정치적 경쟁자는 정부기구를 이용해 압박하거나 감시한다. 선거구와 선거제도를 유리하게 조작하고, 선거주관 기관도 내편으로 채운다. 법 집행은 한쪽으로만 집행하고, 필요하면 과장된 위협으로 유권자에게 공포심을 조장한다. 마지막으로 이들 전략을 반복한다는 것이 기본 내용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같은 ‘포퓰리스트 플레이북’을 잘 활용해 독재정치 구축에 성공한 나라로 터키와 헝가리, 폴란드, 베네수엘라 등을 꼽았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은 처음에는 민주주의 방식에 따라 선출됐지만, 가랑비 옷 적시듯 서서히 독재체제 구축에 성공했다고 했다. 트럼프 또한 이들 나라와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고 했다. 그는 또 ‘인간의 본성이 무엇이든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조만간 남용될 수밖에 없다’는 전제 아래 민주주의가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 결국 독재주의를 불러오게 되는 위험을 초래하는 만큼 ‘자유의 대가’는 독재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심’을 통해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민주국가가 독재국가로 변질되는 것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수천 개의 작은 독소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어느 순간 나라가 무너지게 된다. 특히 민주주의의 뿌리가 약할수록 개연성은 더욱 크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 ‘포퓰리즘 정치 수법들이 한국정치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라치기 신공, 토착왜구 전략, 내로남불, 태양열 발전, 공영방송 장악, 삼권분립 파괴, 시민단체의 정치화, 친여 언론인의 지상파 방송 진출, 각종 규제로 꽁꽁 묶인 경제계, 코로나를 이용한 시민생활 통제 등이 그것들이다. 우리가 헌법의 핵심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국민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리는 나라에서 계속 살고 싶다면, 포퓰리즘 독재체제는 절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미국은 우파 포퓰리즘, 한국은 좌파 포퓰리즘 정치에 흔들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교과서라는 미국의 이번 대통령선거가 우리에게 또 다른 반면교사가 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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