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인생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인생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01.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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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을 틔우고 있는 매화 가지를
꺾어 거실에 두었더니
며칠만에 말라버렸다
기다리지 못한 내 조급함을
나무라는 듯 하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오늘은 걷기명상을 위해 길을 나서는 길목에서 매화가 싹을 내고 있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돌아오는 길에 그네들에게 의사를 묻지도 않고, 본 나무에서 제일 거리가 먼 가지 두 개를 내 마음대로 꺾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안의 따뜻한 온기가 매화 싹의 기운을 도와 꽃을 빨리 보리라는 오직 내 욕심으로 말이다.

며칠은 물도 잘 마시고 꽃을 피우려는 듯 제법 망울이 또렷해졌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보니 그 매화 가지는 물 한 모금을 마시지 않고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아마 제가 자란 터전을 떠나고 부모를 떠나고 형제를 떠난 슬픔에 제 스스로 꽃을 피우기를 포기하는 듯했다.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내 마음대로 그의 터전인 자연에서 인간의 세계로 데리고 들어온 것이었다. 매화의 죽음을 보고 나서야 나는 나의 잘못을 깨닫고 있었다. 나의 단순한 이기심이 하나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었다.

모든 것에는 제때가 있는데 인간의 욕심으로 아니 나의 욕심으로 제대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만 매화 가지를 보면서 뒤늦은 후회를 한다. 자연의 봄에 앞서 나의 봄을 만들려는 이기적인 나의 행동은 매화를 죽게 만들었다고.

처음에는 그 매화 가지는 다른 환경에서의 안락한 생활이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본 나무에서 한참 벗어나 관심의 대상이 되기보다 존재의 가벼움이 더 많아 보였다. 그래서 쉽게 나에게 손을 잡혀 끌려왔을 것이다. 나의 관심에-전에 받아보지 못했던 지나친-놀라서 자신이 자연 속에 있어야 할 매화라는 사실을 아주 잠깐 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겨울이 주는 냉랭한 바람과 겨울이 건네는 추위라는 불친절이 싫어서 나의 선택을 고마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순간 매화 가지는 옷가지 하나 걸치지 못하는 안쓰러운 나무지만 봄이라는 미래를 위해 이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진실에 직면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늘 아래에서 외로이 또는 꿋꿋하게 그들의 세상에서 버텨내야 가까운 미래에 무성한 잎과 꽃을 볼 수 있다는 야무진 기대를 말이다. 물론 매화 가지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능동적인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을.

내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오늘을 조급해하는 나에게 매화는 교훈을 주고 간다. 인생은 기다림의 시간이라고 나지막하게 타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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