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가해자와 피해자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가해자와 피해자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 승인 2021.02.16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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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인기 절정의 여자프로배구 스타 쌍둥이 자매가 학내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소속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조치를 받았다. 배구협회도 이들을 향후 국가대표 선발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나왔던 방송프로그램에서 출연 장면들이 삭제됐고 특정 차량의 광고모델에서도 하차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따가운 눈치의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향후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지 모르지만 코트에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설날 연휴 기간 앞뒤로 불과 며칠사이에 벌어진 학내폭력 논란이라는 회오리에 당사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 애써 쌓아올린 금자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악몽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광풍과 같은 팬덤들의 앤티 댓글도 크게 작용했다.

이번 사달의 발단은 쌍둥이 동생 이 다영 선수의 SNS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연말 어느 날 자신이 힘들다고 밝히면서 소속팀 내부적으로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리다가 급기야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터뜨리겠다고 하다가 막판에는 갑질에다 나잇살,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취지의 내용을 올린 뒤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는지, 숙소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소동을 연출했다. 이 소동으로 뉴스의 중심이 된 그녀의 저격 대상이 김연경 선수라는 설이 사실인 것으로 언론의 취재 결과 확인되고, 그나마 구단 내부적인 문제로 묻혀 넘어가려는 순간,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중학 배구선수 시절 이들 쌍둥이 자매에게 학내 폭력을 당했다는 후배의 폭로가 매우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면서 온라인상에 순식간에 퍼졌다. 이들 자매는 곧바로 이를 시인하고 사과의 글을 올림과 동시에 우선 선수단을 이탈,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불과 며칠 사이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런데 이번 소동을 냉정히 따지고 보면, 김연경 선수와 이다영, 이재영 선수간의 불협화음은 어디까지나 소속 배구단 내부의 문제이다. 그리고 십년 전에 일어난 학내폭력 문제 또한 엄연히 별개의 사건이다. 그런데 두 가지 사안이 상식적으로 명쾌하지는 않지만 연속되는 사건의 흐름에 놓여 마치 한 가지 사건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연결 고리는 ‘괴롭히는 사람은 몰라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표현이다. 두 가지 사안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다만 앞뒤 사건의 당사자가 주체와 객체를 달리하지만 한 인물이며 가해자이자 피해자의 입장이 겹친다는 점이다. 가해자였지만 피해자임을 호소하는 이른바 자가당착적인 언행이 거의 동시에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그녀의 언행 불일치가 사회적인 비판과 지탄을 받게 된 것이다.

사건의 후폭풍도 크다. 남자배구에도 불똥이 튀어 유망한 남자선수 두 사람이 학폭에 연루돼 출장을 중지했다. 또 다른 고발이 나오고 있다. 학내 폭력은 꼭 체육 특기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주변을 다시 둘러보라는 경각심도 환기시키고 있다. 한국의 여자 프로배구가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대한배구연맹 출범이후 각 구단의 재정적 지원도 지원이지만, 훌륭하고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글로벌 스타인 김연경 선수는 말할 것도 없지만 문제가 된 쌍둥이 선수 또한, 지난 수년간 여자 프로배구의 인기를 이만큼이나마 쌓아올리는 데 기여한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로배구 업계는 내재해 있는 또 다른 부조리와 난맥상은 없는지 다시 살펴보고, 구조적으로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항구적인 선수육성과 관리 대책을 강구함과 동시에 구단과 선수, 팬 등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건전한 풍토를 조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선수 출장 금지라는 임시 미봉책으로 사건을 무마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조사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최초의 발단이 된 구단 내부의 갈등부터 시작해 학폭 희생자들과 직접 만나 사실 여부도 실제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런 연후 적절한 조치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왜곡된 팬심에 편승한 마녀사냥에 관계자가 같이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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