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봄을 맞이하는 자세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봄을 맞이하는 자세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02.2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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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자연의 현상을
그저 시간의 연속성에 의해 주어진
인간의 특권인냥
고민없이 살아가도 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오늘, 내가 있는 곳의 날씨는 봄의 햇살과 그리고 바람과 온도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봄이다. 먼저 봄을 맞이하는 매화는 꽃으로 와 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은 연약한 매화꽃을 건드리고 있다.

저번 수요일에 좋아하는 선생님과 익산에 계신 교수님을 뵈러 갔다. 그동안 만남도 뜸했고 명절도 지났는데 인사도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으로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하고 진주를 출발하는데, 날씨가 명쾌하지는 않았다. 잔뜩 찌푸리고 있어 곧 무언가가 내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익산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만 매몰차게 불어서 타지에서 온 우리를 격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찻집으로 옮기는 중에 그야말로 눈이 펄펄 내렸다. 커다란 눈송이는 나풀거리는 소녀의 머리카락처럼 휘날리며 조용하게 또는 사뿐히 도로에 앉는다. 작은 나무가지의 힘겨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자동차의 유리에도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있었다.

차를 한참 마시던 선생님께서 교수님께 여쭙는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오는 새싹과 꽃들이 올해도 올라오고 피겠지요? 왜 한 번도 쉬지 않고 봄이라는 이름으로 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단다. “지랄 같은 봄은 왜 또 오는가?” 우리는 한참 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그분은 자연 또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고 있나 보다. 난 한 번도 봄이 내 곁에 오는 것과 머무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춥지 않아서 좋았고 그저 꽃이 피어서 좋았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살아가느라 주변에 관심을 두지도 못했다. 나는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 관계에 대한 것에 대해 힘들게 버티며 견디고 있을 뿐이었다. 자연과 나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허덕이며 살면서 천당과 지옥을 몇 번이고 번갈아 가며 살고 있다.

우리는 각각의 생각과 삶의 몫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 봄이 오는 자연의 현상을 그저 시간의 연속성에 의해 주어진 인간의 특권처럼 고마움이나 본질에 대한 고민없이 살아가도 되는 것인지 그 선생님의 질문에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쉼 없이 내리는 눈과 좋아하는 선생님과 존경하는 교수님과의 대화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대한 불만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있다. 마음의 움직임에 늘 깨어있기를 원하는 교수님을 뒤로하고 하염없이 하늘에서 던지는 눈을 마음으로 받으며 진주로 되돌아 왔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를 열고도 듣지 못하는 것은 이미 나의 마음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나의 봄은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서 봄을 있는 그대로 가만히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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