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충청도의 자존심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충청도의 자존심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1.02.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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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김용희 시인·수필가

옥천 정지용 생가와 공주 우금치 병천 아우네를 돌아보았다. 옥천 정지용 생가는 ‘향수’ 가사에 매료되어 방문하였다. 하지만 가사 내용의 시적 서정성은 찾아보기 힘든 옥천 소읍시내라 다소 실망스러웠다. 우묵배미 황소, 해설피 울음, 사철 발벗은 아내 이삭 줍던 곳…. 그런데 넓은 들도 강도 보이지 않았다. 정지용은 한국전 피랍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지용이나 백석은 지난 시절에는 월북시인으로 분류되어 언급 자체가 금지되었던 분들이다. 시란 무엇인가? 백석의 연인 김영한은 천억에 달하는 성북동 요정을 길상사로 헌납하며 백석 시 하나만도 못하다 하지 않았던가. 카카오 김범수도 재산 10조의 반을 기부하며 시 한편을 거론했다.

동학이 궤멸된 아픈 역사를 간직한 우금치는 참 서글픈 곳이다. 근대사 민족 민주운동이 소멸 된 곳인데 어느 가문 문중만도 못하게 관리되고 있다. 일본군대 불러들여, 아니 정확하게는 초청했다기보다는 점령당했다고 해야 하나? 먼저 동학군 진압하려고 청군에 요청하였고 이를 빌미로 일군이 파병되고 그리고는 청군 동학군 모두 제압한 일본군대는 조정도 손아귀에 넣었다. 전쟁 한번 못해보고 군인 해산당한 조선, 임란 때 12척으로 123척 무찌른 조선군이다. 전쟁 한번, 항거 한번, 의병 한번 못 일으키고 허무하게 무너진 조선. 누구의 탓인가? 제 한 몸 살자고 외세에 안방 내주고 입궁 당한 조정의 탓인가? 을사오적 얘기만 할 일이 아니다 군주는? 한일합방 경술국치로 국왕이 자결했으면 우린 아마도 일본에 제압당하지 않았을 게다.

그런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 우금치다. 반봉건 반외세의 기세가 꺾인 곳, 당시 조선관료나 그 맥을 이은 이들은 그것 인정하기 어렵겠다. 동학도 그들 입장에서는 농민반란이다. 프랑스 반란, 영국반란처럼. 그러나 유럽인들과 세계사는 그것을 혁명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대혁명, 그 혁명은 농민 노동자의 혁명이었으며 수십만이 학살되고 국왕들이 처형되었다. 찰스1세 루이14세. 조선은 고려 왕씨를 몰살하고 세운 정권이자 국가이다. 이씨 왕조는 종묘사직에 봉헌한다. 만일 고려가 이씨였고 왕씨가 조선을 건국했으면 왕씨가 종묘사직 배례되었을 것이다. 고려왕족이 왕씨인데 지금 왕씨는 없다. 몰살당하고 숨어 산다. 조선은 태동부터 사대였다.“작은 나라가 큰 나라 칠 수 없다”가 위화도 회군 사유다. 고려 공민왕 중국 치러가던 길에 군사되돌려 정권잡은 조선, 개국의 정신이었던 정도전을 죽이고 왕권을 강화한다. 고려는 만주벌판 호령하던 고구려 후예다. 양길 수하로 들어간 궁예는 관심법 운운하며 부인도 자녀도 죽인 미친 신라의 후손이다. 궁예를 처단한 왕건이 세운 국가가 고려이자 철원의 역사다. 지역을 따라 역사를 가는 이유다.

이성계도 실패했으면 이자겸 난, 망이 망소이 난, 홍경례 난 되었을 것. 정의와 진실은 무엇이며 민주란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 무릇 그것들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가. 숱하게 명멸되었던 왕국들을 위해 희생당한 생명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오스만, 마케도니아, 페르시아…. 그래서 돈 있고 배경 있는 이들은 군대를 가지 않았던 것인가?

여하튼 공주 우금치는 이런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백제는 고구려에 한양을 빼앗기고 공주로 남하, 또다시 공주도 장수왕에 빼앗기고 또 부여로 남하한다. 그러다 결국 당나라와 짜웅한 신라에 패망하면서 황산벌 전투에서 계백장군은 전사한다. 그는 참 장수다. 가족이 능멸당하는 것보다 오히려 가족 목숨 스스로 거두고 전장으로 나아간다. 차라리 백제가 통일했더라면, 당연히 고구려가 통일했어야 하고 그 기상이 전해왔어야 하는데. 당나라와 야합해서 제 국토 제 민족 다 주고 통일한 통일신라. 고구려의 국운이 쇠잔하였던 것이 우리 민족에게는 숙명같은 아쉬움이다.

아우네장터는 지금은 순대국 거리로 변했다. 삼일만세 운동이 확산되었던 곳, 수천명이 모여 독립만세를 외치던 곳, 아우네는 충청의 자존심이다. 그 자존심이 아파트 단지 내에 초라하게 밀려나고 병천순대로 유명해진 거리가 되었다. 황순원 소나기마을도 시멘트 건물이다. 건물부터 짓고 보는 문학관. 양평군수는 실제의 소나기마을 한번 만들면 좋을텐데. 함양 연암 박지원 기념사업도 마찬가지다. 물레방아 마을이 아니라 그냥 전시용 물레방아다. 즉 삼일운동의 정신은 버리고 먹거리로 채운 곳 아닌가. 병천 아우네 순대라고 장사 잘되는 집이 아이러니다. 충청도는 아니 국가는 아우내 장터를 복원해서 아이들 교육용으로, 저항자존 자립운동의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 국가 국민정신은 그렇게 되살아나는 게다.

우금치의 초라한 버려진 땅이나 아우내의 소멸이나 도대체 충청인의 자존심 한민족의 반봉건 반외세 자존과 민주는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충청내륙을 돌며 참 아쉬운 것 있다. 우리 국토는 이제 삼천리금수강산 아니다. 산업화 자본화로 국토가 황폐화되었다. 어디든 공장이요 축사요 비닐하우스다. 시골정취가 남아 있는 곳 하나 없다. 전 국토의 총체적 난개발이다. 농공단지 산업단지 전원마을로 계획적으로 개발했으면 좋지 않을까. 우리나라 국토계획법이 문제다. 용도지역제를 채택하여 용도상 이용행위에 저촉되지 않으면 어디든 허가가 가능하다. 독일처럼 지역단위 개발, 거시적 총체적 개발이 아쉽다.

충청도는 삼국시대에 격변지. 국토의 중심, 정지용의 서정과 아우내의 서사를 지닌 곳. 우리 국토, 우리 민족, 우리 국가의 중심이 충청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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