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8강’까지… ‘박항서 매직’은 ‘우연’이 아니다
‘아시안컵 8강’까지… ‘박항서 매직’은 ‘우연’이 아니다
  • 강정태
  • 승인 2019.01.25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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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베트남 감독 취임 후 1년여만에 금자탑
아시아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베트남은 박항서 열풍…국영방송서 ‘최고의 인물’ 선정

지도자로서의 실력과 리더십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
베트남에서의 박항서 신드롬의 핵심적 요인은 ‘탈권위’

베트남에서 산청출신 박항서 감독의 열풍이 불고 있다. 박 감독은 재작년인 2017년 10월 취임한 후 10년만에 라이벌인 태국을 이긴 것을 시작으로 23세 이하 아시아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 12년 만의 아시안컵 8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계속 달성하며 ‘박항서 매직’을 이어가고 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을 바로보며 미소짓고 있다./뉴스1 제공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을 바로보며 미소짓고 있다./뉴스1 제공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국민 영웅’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12월18일 베트남의 국영방송인 VTV1이 뽑은 올해의 ‘최고의 인물’로 선정됐으며 한국에서도 2018년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뽑혔다.

이렇듯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실력과 리더십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도 하지만 이 가운데 박 감독의 신드롬은 ‘탈권위’에 있다.

박 감독은 천진난만하게 선수들에게 다가서 축구 전술을 넘어 선수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전력 이상의 성과를 얻는데 특화된 지도자라는 평이 많다. 실제 베트남 선수들은 박 감독을 베트남서 아버지를 의미하는 ‘짜’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박 감독은 부상선수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가 하면 선수들이 먼저 입국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입국심사 대기줄 맨 끝에 서있다. 이런 모습들 때문에 현지 언론은 박 감독을 ‘파파 리더십’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박 감독의 축구 인생이 늘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선수시절 우수한 기량으로 K-리그 베스트 11위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선수 생활을 접은 뒤 지도자의 길에서는 2002년 한국축구 대표팀에서 코치로 대표팀이 월드컵 4강에 오르는데 기여한 것 외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으나 실적부진으로 3개월만에 물러나기도 했으며, 경남FC와 상주 상무 등 여러팀을 이끌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때 박 감독의 부인이 동남아시아 쪽이라도 알아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고 마침 베트남에서 그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발탁하면서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베트남 대표팀 감독 모집 당시 전 세계에서 지원자는 300명에 달했다. 박항서 감독은 면접 때 머리 위에 손을 대고 “키가 작은 자신이 베트남의 키 작은 선수의 비애를 잘 알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베트남만의 축구 스타일을 펼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베트남은 그를 선택했고, 이 선택은 최상의 결과를 낳았다.

박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8강 진출 후 ‘박항서 매직’에 대해 “저희 팀은 혼자의 팀도 아니고, 혼자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결과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밤낮없이 뒷바라지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고 말했다.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고 있는 ‘박항서 매직’, 이 매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요르단과의 경기 연장전에서 선수들과 눈을 마주치며 작전지시를 하는 모습. /뉴스1 제공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요르단과의 경기 연장전에서 선수들과 눈을 마주치며 작전지시를 하는 모습. /뉴스1 제공

◆에피소드 1 : 굴곡진 지도자의 길

거스 히딩크와 함께한 시기 이름 알렸지만

실패연속 국내 지도자 생활이 ‘성공밑바탕’

박항서 감독은 경남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출신으로 4남1녀 중 막내이다. 산청 생초초등학교, 생초중학교를 다니며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웠고, 고등학교를 축구 명문인 서울 경신고등학교로 시험을 쳐서 입학한 후 축구부에 들어갔다. 이후 한양대학교 체육학과로 진학해 졸업했다.

박 감독의 축구선수로서의 시작은 1977년 제19회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로 선발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국가대표를 거쳐 1981년 실업축구단이었던 제일은행 축구단에서 성인 축구 경력을 시작했고, 군복무를 마친 1984년에는 럭키금성 황소(현 FC서울)의 창단멤버로 입단했다. 럭키금성 황소에서 선수생활 당시 박 감독은 1985년 K리그 우승과 1986년 K리그 준우승에 공헌했다. 이후 1988년 시즌이 끝난 뒤 은퇴했다.

박 감독은 선수은퇴와 함께 바로 축구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96년까지 LG치타스에서 코치로 지냈고, 1997년 수원 삼성 블루윙즈로 옮겨 활동했다.

2000년 11월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발탁됐고, 2002월드컵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하며 4강을 이룩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긴 했으나 정식 계약을 하지 않아 무보수 임시감독이라는 논란이 나왔다. 이후 뒤늦게 정식 계약을 맺었지만 2002년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쳐 폐막 후 경질됐다.

2005년 8월에는 새롭게 창단된 경남FC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돼 2007년 정규 리그 4위를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구단 내부 갈등으로 인해 경남FC에서 물러났다.

2011년에는 상주 상무의 감독직에 올라 1부리그 리그로 승격했으나 1년만에 2부리그로 강등됐다. 박 감독은 2013년 2부리그의 명칭 변경 후 2013년 K리그 챌린지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최초 K리그 챌린지 1위에 오르며 1년만에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을 만들었지만 승격하자마자 K리그 클래식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2014년 K리그 클래식 12위로 1년만에 재강등되는 등 강등의 아픔을 두 번이나 겪었다.

2017년에는 창원시청 축구단의 감독으로 취임하며 전반기 내셔널선수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계를 드러내며 순위가 급하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2017년 9월29일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11월부터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며 2018년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 결승 진출, 2018년 아시안 게임 축구에서 56년만에 4강 진출, 2018년 AFF 스즈키컵 10년 만에 우승 등을 만들며 베트남 축구의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에피소드 2 : 황선홍 골세러머니

2002년 월드컵 폴란드전서 골 넣은 황선홍

박 감독에 안겨 히딩크에게 상황 해명하기도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 때 당시 황선홍 선수의 선제골 이후 박 감독과 포옹하는 골세레머니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박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코치였기 때문에 선발 멤버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밝힐 순 없지만 응원을 하고 싶어 선발 멤버들에게만 응원 전화를 돌렸는데 그 당시 황선홍만 ‘내일 선발이냐’고 박 감독에게 물어봤고, 박 감독은 황 선수가 몸 컨디션이 좋다길래 골을 넣으면 ‘와이프 말고 벤치에다가 세레머니를 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황 선수는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넣었고 박 감독에 뛰어갔다. 멎쩍어 하는 히딩크 감독을 두고 황 선수는 박 감독과 포옹하며 세레머니를 했다. 박 감독은 뒤늦게 어제 황 선수에게 한 얘기가 생각났고 히딩크 감독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 상황을 설명했지만, 황선홍 선수는 이 때문인지 다음 경기에 선발 출전을 못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강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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