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칼럼] 정책대결인가 붕당정치인가?
[오규열 칼럼] 정책대결인가 붕당정치인가?
  •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
  • 승인 2021.02.2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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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

자주 가지도 못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진영 봉하마을에 다녀오기를 권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봉하마을에 가서 생전 노무현 대통령 영상을 보고 말씀을 곰곰이 되새기며 산책을 하다 보면 인생을 잘 사는 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낸 분을 개인적으로 아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아해서 김대중 정부의 정책을 이어가니 좋은 일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도 못 나온 부산상고 출신으로 그 수준이 낮다는 것이었다. 동의하기 어려우나 장관을 지낸 분은 대학진학을 조선 시대 양반들이 관리가 되기 위해 수학하는 것으로 여겼고 이 엘리트들만이 정치를 담당해야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와 같은 1964년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2년제를 포함해서 전체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24%에 불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1946년생이니 아마 당시 대학 진학률은 더욱 낮았을 것이다. 필자 중학교 시절 공부를 가장 잘하는 친구들은 대학보다는 실업계고등학교에 더 많이 진학했다. 경기상고, 덕수상고, 금오공고, 부산상고 등의 실업계고등학교는 반에서 1, 2등을 해야 진학할 수 있었다. 이들이 실력은 출중하나 대학보다 실업계고등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실업계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업해서 돈을 벌 수 있으나 대학진학은 4년 동안 돈을 벌기는커녕 엄청난 학비를 부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정형편이 되지 않으면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실업계고등학교에 진학한 당시 인재들은 한국의 산업화 초석을 다져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을 이룰 수 있게 해주었다.

조선시대는 중앙집권적인 관료제로 운영되었다. 그런데 15세기 말부터 훈구파로 불리는 기성 관료 집단을 비판하는 사림파(士林派)가 등장하였다. 두 세력은 여러 차례 충돌하며 상대에게 정치적으로 타격을 가하는 사화를 반복하였다. 이들은 국가나 백성의 안위는 안중에 없었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무리끼리 붕당을 만들어 끊임없이 당쟁을 벌였다. 당쟁 발생의 발단은 선조임금 때, 심의겸(沈義謙)과 김효원(金孝元)의 이조전랑(吏曹銓郎) 추천 문제로 생긴 양자의 반목이었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조정의 인사들이 서인(西人)과 동인(東人)으로 나뉘고 나아가 재야의 유생들까지 어느 한쪽을 지지해 모든 관료와 지식인들이 대를 물려가면서 대립하였다. 동서분당 이후 붕당은 계속 핵분열을 일으켰다. 동인에서 남인(南人)과 북인(北人) 그리고 서인(西人)으로 나뉘어 싸웠다. 나아가 서인은 노론(老論)과 소론(少論)으로 나뉘어 사사건건 충돌했다. 붕당은 매우 배타적이었고 대립은 극렬하였다. 이들이 대립한 이유는 민생이나 국익과는 관련이 없는 주로 복상(服喪) 문제 등으로 국력만 소진하였다. 붕당의 대립은 영조와 정조의 탕평책으로 다소 누그러졌으나 19세기 재발하여 조선의 멸망으로 끝이 났다.

최근 한국 정치는 붕당정치와 정책대결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젊은이의 평가에 고개를 들 수 없다. “할아버지는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에서 박근혜는 무죄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서초동에서 촛불을 들고 조국 전 장관을 지킨다고 난리입니다. 할아버지는 배가 불러 서초동에 갔다고 아버지를 꾸짖고, 아버지는 시대정신을 알지 못한다고 할아버지를 조롱합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편법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 변변한 직장을 얻었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의 유행으로 청년실업은 최악의 상황이며 국민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자영업 종사자들의 생존권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더구나 북한의 김정은은 비핵화를 진전시키기는커녕 몽니를 부리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수출이 지탱해주고 세수가 확보되어 어려운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아울러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최재형 감사원장과 같은 선한 관리가 존재한다. 이제 우리는 정책대결을 하는지 붕당정치를 벌이는지 잘 구분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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