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 제자들과의 일본여행 (2)
[오! 사랑] 제자들과의 일본여행 (2)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2.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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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간의 짧은 일본여행
아이들은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으리라.
가끔 그때의 사진을 보면
아이들과 추억이 떠올라
행복해진다
정도순 교사
정도순 교사

 

벳부는 계획에 없었지만 아소산일정이 빠지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 입장료를 내가 부담하기로 하고 벳부에 들르기로 운전기사와 일정을 다시 잡았다. 그새 아이들은 밑으로 내려가 마른 풀로 덮여 흙이라고는 보이지 않은 나지막한 언덕배기에서 친구들과 구르기도 하고 재미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있었다.

벳부에 도착해 가마도 온천에 들어가 끓고 있는 진흙온천을 보더니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 온천을 구경하고 나오니 족욕탕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발을 담근 물이라 찜찜했지만 아이들이 넣어 보자고하여 양말을 벗고 족탕을 체험했다. 그 집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사이다가 있다고 하여 온천물에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사서 먹었다. 빈 사이다병은 반납하라고 일렀건만 예쁘게 생긴 병을 기념으로 갖고 싶다고 슬쩍 호주머니에 넣어온 학생도 있었다.

다음 코스는 유후인이다. TV에서 본적이 있는 유후인을 한 번도 여행한 적이 없었는데 직접 가본다고 생각하니 설랬다. 기대했던 만큼이나 예쁘고 아담한 시골마을이었다. 기념품점을 구경하고 또 전국대회에서 일등 했다는 고로케 가게에서 고로케도 사먹고 하면서 2시간가량 상점가를 구경하고 호수에서 모이기로 했다. 호수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한 장 찍고 숙소로 향했다.

유후인에 위치한 호수
유후인에 위치한 호수

다음날 아침 7시30분 호텔에서 출발해 태재부로 갔다. 너무 이른 탓인지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한산하고 가게들도 문을 열지 않아 썰렁해 보였다. 신사로 올라가는 길에 태재부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니 아이들도 이야기에 나오는 소와 매화나무를 유심히 보고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신사에서 행사를 하고 있었지만 그새 관광객이 많아져 잘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100엔씩을 넣어 미쿠지를 뽑아서 읽어보더니 잘 모르는 부분은 해석을 해달라고 했다. 수능을 앞둔 2학년 학생 것은 안 좋은 말이 있으면 기분이 상하지 않는 말로 바꾸어 얼렁뚱땅 해석해주었다. 미쿠지의 내용이 꺼림칙하거나 안 좋은 것은 신사에 매달아 두라고 했더니 그런 학생도 몇 보였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찹쌀떡과는 조금 다른 구운 찹쌀떡을 팔고 있어 내년 수능대박을 기원하며 가격이 저렴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희망을 품듯이 하나씩 사먹었다.

태재부 주차장에서 아이들의 머리수를 세니 지각한 학생 없이 모두들 제시간에 와주었다. 후쿠오카항으로 가기 전에 면세점을 들러 선물을 사고 싶다고 하여 그러기로 했다. 직원은 대부분이 한국인이라 물건을 사는 데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기하고 있는 차에 돌아와 인원확인을 하니 이를 어째, 1명이 비었다. 광호가 안온 것이다. 물건을 사는데 시간이 걸리는가 보다싶어 5분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도 안 와서 찾아 나섰다. 면세점에 들러 CCTV를 돌려보고 주위의 마트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하늘이 노랬다. 배를 타기 1시간 전에 아이를 잃어 우왕좌왕하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걱정에 걱정이 더해져 눈앞이 캄캄해서 뭘 어찌해야할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애들에게 한 번 더 확인을 했다. 아이들은 분명히 면세점 앞에서 사진기를 들고 찍고 있는 광호를 봤다고 확신했다. 무단횡단을 몇 차례 하면서 한 20분을 더 찾았으나 해결은 안 되고, 낙심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광호가 태재부 안내센터에 있다는 것이었다.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면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광호에게 안내센터 앞에서 꼼짝 말고 기다리라고 하고 기사님께 말씀드려 모두 함께 찾으러 가기로 했다.

태재부로 되돌아가는 길은 굉장히 복잡했다. 아이는 기죽지 않고 안내센터 근처에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차에 타서 그간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애들도 웃고 나도 웃었지만 머리카락이 서는 아찔한 추억거리로 남아있을 사건이었다. 차에 탄 광호에게 좋은 추억거리 남겨줘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미안해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후쿠오카 타워에 가는 일정은 시간이 없어 취소하고 여객터미널로 전화를 걸었다.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겠다고 했더니 출발시간에는 늦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기사님도 속력을 좀 더 내는 듯이 보였다. 다행히도 아슬아슬하지만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처음 올 때 탔던 뉴카멜리아를 타고 후쿠오카항을 출발했다.

3박4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아이들은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 마음도 자랐으리라 믿는다. 멀어지는 항을 쳐다보는 눈들이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며칠간 비와 바람이 함께한 여행이었는데 돌아가는 날도 바람이 세찼다. 여간해선 멀미를 하지 않는데 속이 울렁거렸다. 침대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는지…, 밖으로 나가니 배는 대마도 옆을 지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보이기 위해 방으로 찾아가니 힘들었는지 다들 자고 있었다. 일본 애니를 좋아해서 일본어에 관심이 많다던 성구만 깨어 로비에 앉아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대마도를 지나니 휴대폰도 터져 전화를 할 수가 있었다. 끝까지 지원해주신 교장선생님께 1시간 뒤면 부산항에 도착할거라는 전화를 드렸다.

부산항에 도착하니 6시쯤 됐다. 며칠 전 타고 왔던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진주까지는 2시간. 가는 동안 휴게소에 들러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남강휴게소에 들러 저녁시간을 주니 아이들은 라면과 떡볶이를 시켜 먹었다. 진주에 도착하니 8시 30분, 타고 오는 버스에서 전화를 했는지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귀한 아들들을 무사히 부모님께 인계를 했다. 태재부에서 놀라게 했던 광호는 집이 하동이라 친척집에서 하숙을 한다기에 태워주기로 했는데 누군가 마중을 나와 계셨다.

모두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우리의 2009년도 일본여행은 마무리를 지었다. 내년 수능 마친 뒤 동경으로 배낭여행을 가자고 아이들과 약속을 하고….

지금 난 명신고를 떠나 근처의 남녀공학으로 학교를 옮겼다. 지금도 가끔 학습 자료로 이용하고 있는 사진을 보면 당시 일본여행의 재미난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행복해진다.

보고 싶다 아이들아! 교사를 믿어주고 학생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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