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병 간경화 간염 축농증 중이염 등 효험
‘잘 쓰면 약. 못쓰면 독’ 잎 사용 시 요주의
입춘이 지났습니다. 아침 햇살이 내리는 담장 밑 무풍지는 제법 따뜻합니다. 지난번 소백산에서 꽃이 핀 만병초가 생각납니다. 만병초(萬病草)는 나무인데 풀이라 합니다. 고산지대나 먼 거리에서 잎을 채취하여 오거나 잎을 약으로 쓸 때 옛사람들은 보는 느낌 그대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만병초 외에 번리초, 골담초, 죽절초, 낭아초, 인동초 등은 풀(草)이란 이름이지만 나무입니다. 만병초의 학명은 Rhododendron brachycarpum D.Don ex G.Don이고 Rhododendron은 붉은색 꽃이 피는 나무, brachycarpum은 열매가 짧다는 뜻입니다. 만병을 다스리는 풀이라는 만병초를 천상초(天上草), 뚝갈나무, 만년초, 풍엽, 석암엽, 칠리향(七里香)으로도 부릅니다.
해발 800~2200m되는 지리산, 태백산, 설악산, 백두산의 고산지대와 울릉도에 자생하고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30°C를 견딥니다. 꽃이 철쭉과 비슷하고 대부분 하얀 꽃이 피지만 노란 꽃, 붉은 꽃도 핍니다. 잎은 광채가 나고 추위와 수분이 부족한 겨울에는 뒤쪽으로 말리면서 축 늘어져서 스스로 인내합니다. 상록의 잎과 모습에서 굴거리나무와 월귤나무 그리고 천리향이나 돈나무도 비슷한 이미지를 느낍니다.
만병초는 고혈압, 저혈압, 당뇨병, 신경통, 관절염, 두통, 생리불순, 불임증, 양기부족, 신장병, 심부전증, 비만증, 무좀, 간경화, 간염, 축농증, 중이염의 여러 질병에 효과가 있습니다. 고산지대에 자라면서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는 기질로 좋은 효능이 생겼나 봅니다. 그러나 잎에는 유독 성분인 안드로메도톡신(Andromedotoxin, C22H36O7)이 있어서 구토, 뇌빈혈, 맥박이 느려지고 소변양이 줄어들며 설사가 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만병초는 ‘잘 쓰면 약이요. 못쓰면 독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한방에는 거의 쓰지 않지만 민간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쓰고 있는데 식품으로는 쓸 수 없습니다.
아침 햇살이 따스함을 느낍니다. 만병초 꽃이 피었습니다. 온대지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활엽수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립니다. 그러나 만병초는 잎 표면에 두터운 큐티쿨라층을 형성하고 잎을 동그랗게 감아 아래로 내려 추위와 건조를 이겨냅니다.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며 봄을 기다리는 만병초는 이름에 걸 맞는 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