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웅교수의향토인문학이야기] 산수 뛰어난 영남땅 그중에서도 촉석루가 으뜸이니…
[강신웅교수의향토인문학이야기] 산수 뛰어난 영남땅 그중에서도 촉석루가 으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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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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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진주출신 名賢 정식(鄭栻) 촉석루 重修記 남겨
촉석루의 웅장한 자태와 주민들의 환호하는 모습 담아
논개의 애국적 충절사연과 아름다운 주변 경관도 노래

 

 

 

 

지난 호 까지는 촉석루 경내의 전대 훌륭한 명현들이 남긴 한시(漢詩)부분을 번역하고 해설했다.

이번 호 부터는 촉석루 내에 함께 걸려있는 산문부분의 기록인 발기문(發起文), 사적문(史蹟文), 중수문(重修文) 그리고 공덕문(功德文)들을 기록자의 인적사항과 함께 본문들을 해제(解題)하고, 번역하면서 보다 쉽게 해설하고자 한다.

촉석루 내부 모습.
촉석루 내부 모습.

그러나 모두 한자(漢字)로 기록되었으므로 오늘날 현대인들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으므로, 아예 읽어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현실은 작금의 4차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써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지방의 각종 중요 문화재가 여러 지역에 대부분 산재해 있지만, 한자 세대가 아닌 지금으로써는 그 문화재에 대한 역사적 가치는 물론 중요 문화재로써의 가치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함에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하여 본고에서는 우리지역에 남아있는 중요 문화재의 의미나 가치를 보다 정확하게 지역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고문체의 한자로 된 지역 내 문화재의 기록물들을 지속적으로 번역하고 해설하고자 한다.

특히 본고에서는 많은 이들이 쉽게 빠뜨리기 쉬운 촉석루내의 여러 산문현판들 중에서 ‘촉석루 중수기’부분을 향후 몇 차례 소개함과 동시에 원문도 보다 쉽게 번역 해설하고자 한다.

먼저 본고에서는 조선후기 1720년대 촉석루 보수에 관한 기록인 명암(明庵) 정식(鄭栻)선생의 ‘촉석루 중수기(矗石樓 重修記)’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명암(明庵) 정식(鄭栻)선생의 ‘촉석루 중수기(矗石樓 重修記).
명암(明庵) 정식(鄭栻)선생의 ‘촉석루 중수기(矗石樓 重修記).

정식(鄭栻)(1683숙종-1746영조)선생은 이 지역 출신의 학자로써, 호는 명암(明庵)이며, 자는 경보(敬甫)이고, 본관은 해주(海州)이다.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대형(大亨)의 손자이다. 일찍 벼슬길을 멀리하고 명산을 유람하니 두류산에 암자를 짓고 여생을 마친 조선조의 마지막 선비라고 볼 수 있다. 먼후일 지평(持平)이라는 관직에 추증(追贈)되기도 했다. 그의 문집으로는 명암집(明庵集)이 남아있다.

기문(記文)의 전체 내용은 촉석루의 웅장한 자태, 논개의 애국적 충절사연,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관한 것들과 세월의 흐름에 따른 누각(樓閣)보수의 필요성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글에서 기울어진 기둥과 마룻대, 색이 벗겨진 단층 등에 관해 언급하고 있으며, 또한 보수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 그리고 보수가 완성되었을 때 그 아름다운 모습과 당시 진주 시민들의 환호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지금도 촉석루 현판으로 걸려있는 정식(鄭栻)선생의 ‘촉석루 중수기(矗石樓 重修記)’를 원문의 번역과 함께 해설하면 다음과 같다.

矗石樓 重修記(원문)

嶺之南山水區也.矗石樓獨爲第一 樓之擅勝於東南固宜矣.石壁崢嶸 岸篁疎二水中分 奇巖層鋪 此則與黃岡之壁 白鷺之州 湘江採石之勝 果不知其優劣如何然 樓中壯士忘身殉國之忠 岩上名妓殺賊死義之節 則亦岳陽黃鶴之未曾聞也.凜然英風 千古竪髮 飛甍畵棟 彫欄繡戶 不但爲使星冠盖之 登翫忘返 滄波小艇 月嶼烟汀 不但爲韻士 蓑翁之耽游咏翶 顧其天設而地險 若是雄且壯 則眞所謂 魏賣山河 而城而鎭之元帥居之 與幕僚諸公 或盃酒琴歌於斯 或講武冠德於斯 以爲南藩 杆蔽之地 則不可 以烟露之勝 水石之美論者也 惜乎奧 以壬辰兵燹之間 幸免於凶炬蕩殘之患. 以重修旣久 則棟樑傾側 丹雘汚脫 輪奐之制 非後有爲日之樣 則州人過客之慨盡百有餘年 而力巨財凋 無以修繕 歲甲辰 月正之日 兵相國 李公臺望 按節以南 鯨波不興 劒帳無事 惟以修擧 廢墜爲務 而深惜斯樓之頹跛 與虞侯朴公璜 鳩財畜力 同功運智 棟樑板檻之腐黑撓折者 靑黃赤白之漫患不鮮者 無不易而新之.------(下 略)---.

英祖 元年 乙巳 月 日 首陽 鄭栻 記

<譯 文>

영남 땅은 산수가 아름다워 경치가 뛰어난 곳이다. 그 중에서도 촉석루가 으뜸이니 우리나라 동남쪽에서 이것과 겨룰 만큼 더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돌벼랑 높이 솟아 우뚝하고 언덕에는 큰대나무가 숲을 이루기도하고 조릿대가 듬성듬성 수복한데 물줄기는 둘로 갈라져서 흐른다. 기이한 바위들이 층층이 깔려있으니 이는 마치 황강(黃剛:중국 양자강 변에 있는 유명한 곳)의 절벽에 백로의 모래섬이나 상강(湘江:이태백이 놀던 採石강, 중국의 동정호로 흘러드는 유명한 강)의 오색찬란한 돌 빛의 아름다움과 견주어도 좋고 나쁨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다 누각에 있던 장사(壯士)들이 제 한 몸 돌보지 않고 나라위해 목숨 바친 충성심과 바위 위에서 적장을 죽이고 자신도 죽은 의로운 절개는 또 악양루(岳陽樓;동정호 북쪽에 있는 누각)와 황학루(黃鶴樓;湖北城 黃鶴城에 있는 유명한 누각)에서는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일이다. 늠름하고 훌륭한 풍속은 오랜 세월동안 으뜸이로다.

날아갈듯 한 용마루와 그림이 그려진 기둥과 조각한 난간 수놓은 지게문은 갓을 쓴 선비로 하여금 다락에 올라가서 즐기면 되돌아가기를 잊게 할뿐 만아니라 넓고 푸른 물결, 작은 배 그리고 달뜨는 섬과 안개 끼는 물기슭은 풍류를 아는 선비와 도롱이 걸친 늙은이가 빠져 들게 하니 시 읊으며 놀지 않으랴.

되돌아보면 하늘이 만든 땅이 험악하기가 이와 같이 웅장하니 참으로 보배로운 산하(山河)라고 할만하다. 성터와 진지(陣地)로서는 원수(元帥)가 살만한 곳이니 이곳은 여러 막료들과 술잔 들고 거문고 타며 노래하거나 혹은 무술을 강의하고 사람의 덕망을 관찰 할 수도 있는 곳이다.

남으로는 물이 세차게 흐르면서 가로막아 적이 보지 못하도록 가리어 보호하여 주는 땅이니 안개와 이슬이 서린 좋은 경치나 물과 돌의 아름다움만을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애석하구나! 생각하면 지난 임진왜란 때도 다행히 불타지 않아 환란을 면하였건만 아를 다시 수리하지 못하고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은 기둥과 대들보가 기울어지고 단청이 벗겨져서 더러워진데다가 누각이 크고 아름다웠으나 세월이 오래되어 옛 모양이 그대로 되어 있지 않고 여기서 손님을 맞이하고 이것을 극진히 아끼던 고을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지도 이미 백여 년이 지났으며 큰 힘을 들어야하는데 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갑진년(甲辰年;1724년) 정월 어느 날 나라의 병상(兵相:국방장관 격)인 이태망공(李台望公)이 안절사(按節使)로 남쪽에 왔을 때에는 고래가 물결을 일으키는 것 같은 큰 난리가 없었기 때문에 전쟁에 쓸 무기와 장막이 무사하여 오로지 낡아서 망가진 것을 수리하는데 힘을 쓸 수가 있었다. 이 누각이 퇴락(頹落)하여 파손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는 우후(虞候:병영의 종삼품(從三品)) 박황(朴璜)공과 함께 힘을 합쳐 재물을 모으고 힘을 길러 지혜를 짜서 기둥과 대들보와 난간이 썩어서 검게 된 것, 부러진 것, 푸르고, 누르고, 붉고, 바래어 망가져서 선명하지 않은 것은 바꾸어 고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새롭게 되었다.---(하략)---.

영조 원년 을사(1725년) 수양(首陽) 정식(鄭栻) 적음

 

강신웅

본지 주필

전 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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