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먼저 자신의 몸을 바라볼 때”
“여성이 먼저 자신의 몸을 바라볼 때”
  • 강정태
  • 승인 2019.02.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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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 세 번째 기획도서 ‘여성과 몸’ 발간
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가 발간한 ‘성과 몸’ 표지
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가 발간한 ‘성과 몸’ 표지

‘여성’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단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출산일 것이다. ‘숭고함’이라는 미명하에 여성은 출산과 육아에 내몰렸고, 그 외의 영역에서 차별받아 왔다. 여성의 생물학적 요소들은 사회문화 곳곳에 스며들었고, 여성이 사회로 나가려 할 때마다 억압 기재로 작용했다.

국립 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소장 엄순영 법학과 교수)가 발간한 ‘여성과 몸’은 여성과 몸을 주제로 한 8개의 글을 모았다. 여성이 겪는 차별을 이해하고 보듬는 대신 사회현상으로서의 여성 차별을 고찰하고 있다. 사회학, 법학, 철학, 사학, 국문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8명의 저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이용되는 여성의 몸이라는 현상을 짚어본다. 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의 세 번째 기획도서인 이 책은 차별적 시선을 논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여성은 출산기계인가

이 책의 첫 장 고영남의 ‘여성의 몸은 출산기계인가’에서는 출산 정책과 여성의 역학 관계를 비판한다. 126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이 늘지 않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미궁 속의 난제’에 맞서 출산이란 무엇인지부터 다시 검토하고 있다. 즉 숫자로만 검토되는 출산율에서 출산 주체인 여성을 되살리고자 한다. 특히 저자는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의 문구인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나 ‘대한민국 출산지도’ 등은 저출산에 대한 민족국가주의의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3장 ‘생명공학 기술과 여성의 몸’에서 송윤진은 난불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식보조기술이 오히려 모성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집단 재생산 과정은 여성을 주변인으로 만들 뿐이다. 저자는 체외수정이나 대리모에 대한 윤리적 물음에 대해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한다.

이연의 ‘중국 계획출산정책 배경하의 여성노동권익보호 현황’은 2자녀 정책으로 바뀐 중국 여성과 몸의 실상을 들여다 본다. 특히 저자는 2자녀 정책으로의 안착 이면에 희생된 중국 여성에 관심을 가진다. 중국 여성 역시 한국과 다를 바 없이 고용차별, 경력단절, 승진제한 등의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법과 제도가 규정하지 못하는 각종 지표 이면의 강요된 희생자인 여성은 출산과 직업(노동) 모두에게 희생당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소비되는 여성’의 굴레를 벗기 위해

출산이라는 폭력 외에도 가부장제라는 굴레가 억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제4장 ‘가부장적 구조 속에 나타난 타자화된 여성’에서 심귀연은 그에 따른 권력 투쟁의 전리품으로서의 가부장제가 나아가 여성을 비인격화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정신과 육체라는 이분법 속에 육체(몸)의 멸시가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정복’의 형태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시광 역시 제6장 ‘한국 고전 대하소설의 강간 모티프 연구’라는 글을 통해 지배권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강간이 대하소설에 나타나는 양상을 살핌으로써 가부장제의 역사성을 새롭게 조망하고 있다. 강간당하는 여성은 남성에 대한 순종을 어긴, 가부장제의 반역자로서 이해됨을 밝히고 있다.

대체로 아직까지 여성은 남성으로서의 시선 속에 자유롭지 못하다. 차영길은 제7장 ‘팩션-‘세계사 법정’에 선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남성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여인, 클레오파트라를 바라본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논쟁이나 그 역사적 의의를 밝히기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시선으로 클레오파트라라는 여성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제8장 ‘여성의 성(性)의식, 성(性)행동 다시보기’에서 최정혜는 여성을 청소년, 대학생, 기혼자 세 부류로 나누고 이들의 성의식을 보여준다. 청소년과 부모 사이에 혼전순결에 대한 의식 차이는 물론 성행동 허용성 차이를 수치를 통해 제시한다. 나아가 청소년 미혼모 실태와 여대생의 데이팅 폭력 실태 및 그 대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혼여성의 혼외경험을 살펴 유형과 문제점을 고찰하고 있다.

여성과 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여성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시도들로 일률적으로 규정될 수 없다. 이 책이 여성과 몸에 대한 정의나 성질을 규명하는 대신 8편의 글을 내 놓은 것 역시 여성에 대한 논의의 다양성을 위해서이다. 강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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