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상평산단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경서산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편집국에서] 상평산단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경서산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선효 편집국장
  • 승인 2021.04.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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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효 편집국장
이선효 편집국장

1. 진주시 상평산업단지에는 입주할 수 없는 회사인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경서산업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1982년 진주시로부터 적출물 처리업체로 지정이 됐기 때문입니다. 지정은 허가보다 더 강한 행정개념이라고 합니다. 또 당시의 적출물 처리라는 게 그동안 용어가 바뀌어서 지금의 의료폐기물 처리입니다. 즉 경서산업은 진주시로부터 공식허가를 받아서 상평산단에서 40년간 합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2. 제조업만 들어올 수 있는 상평산단에 제조업이 아닌 의료폐기물 처리업체가 입주한 근거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지금의 진주시도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측은 가능합니다. 1981년도에 상평산단이 생겼습니다. 산단 초기라 들어오고자 하는 업체들이 없었을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시 진주시가 제조업이 아닌 경서산업에 대해서도 허가를 내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튼, 1982년 이후 지금까지 경서산업은 40년간 아무 문제 없이 상평산단에서 회사를 경영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경서산업의 회사운영에 대해 진주시가 철거요청을 하거나 이의제기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합니다.

3. 그런데 최근 사정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경서산업이 자신들의 소각로가 오래돼 낡아서 새로운 시설을 갖추기 위해 증축허가를 받았습니다.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허가는 낙동강유역 환경청이 갖고 있습니다. 진주시가 허가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닙니다. 환경청은 경서산업의 신청을 받아들여 허가를 내줬습니다. 진주시는 허가에 대해 반대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환경청은 진주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서산업에게 시설 축조신고를 진주시에 하도록 했습니다.

4. 진주시가 반대를 한 것은 주민들의 민원 때문입니다. 상평산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경서산업의 의료폐기물 처리가 공해를 발생시킨다며 증축을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습니다. 이 민원인들은 도내 언론사와 진주시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왔습니다. 심지어 상평산단 동쪽에 있는 혁신도시 민가에 경서산업의 소각연기가 날아갈 수 있다며 민심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민원인들의 요청으로 진주시는 경서산업의 증축을 반대했습니다.

5. 환경청이 경서산업의 증축허가를 내준 이유는 국가적인 관점 때문입니다. 경서산업이 운영하고 있는 의료폐기물 처리사업은 경남도에서는 유일한 업체입니다. 경서산업이 이 일을 하지 않으면 경남도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 들어 경서산업의 국가적 필요는 더 커졌습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입니다. 경남도에서 나오는 코로나19 확진자 들의 폐기물을 모두 수거해 소각하는 곳이 바로 경서산업입니다.

지금 경남에는 마산의료원과 사천의 LIG연수원이 코로나 확진자들이 수용되는 곳입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코로나19 폐기물은 모두 경서산업이 수거해 소각합니다. 경서산업이 가져가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진자 폐기물들은 갈 곳이 없어집니다. 경서산업은 말하자면 지금은 엄청나게 중요한 국가기간 기업인 셈입니다. 환경청, 복지부, 중대본, 경남도 들은 진주시와는 달리 오히려 경서산업의 조업이 중단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6. 진주시는 환경청이 자신들의 반대의견을 수용하지 않자 ‘진주시에 축조신고를 하라’는 내용을 근거로 경서산업의 축조신고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경서산업의 소각로 증축을 무산시키고자 했습니다. 이에 경서산업은 축조신고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진주시에 있는지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허가와 신고는 엄연히 다른 것인데 신고를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허가권을 갖게 되는 것이 진주시의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가 하는 게 쟁점입니다. 진주시의 처리가 합법적이라면 환경청의 허가권은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이 재판의 결론은 언젠가는 법원에서 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7. 지금 진주시는 전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도시 중의 한 곳입니다. 만약 경서산업이 진주시의 조치와 민원인들의 요구대로 영업을 중단한다면 엄청난 국가적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마산의료원과 사천에서 쏟아져 나오는 코로나19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 쌓아두는 일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입니다. 만약 일이 이렇게 된다면 코로나19 대처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청와대, 복지부, 중대본, 환경청, 경남도 등이 모두 진주시의 조처를 질타하고 나설 것입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국가적인 안목을 갖지 못하고 민원인들의 입장만 살핀다고 소견이 좁은 사람"이라는 비난이 전국에서 쏟아질 것입니다.

8. 경서산업 관계자가 필자를 만나서 이런 사실을 호소하기에 필자는 “차라리 두 달만 회사를 문 닫아 버려라. 경남에서 나오는 코로나19 폐기물을 소각하지 못해 국가적인 대란이 일어나지 않겠나. 그러면 온 나라가 나서서 조규일 시장을 욕해 전국적인 밉상이 될 것 같은데…”라고 조언해 줬습니다. 필자의 말에 경서산업 관계자는 “아무리 억울해도 우리가 그렇게 하면 되겠습니까”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9. 정치가 왜 필요합니까? 이런 일을 해결하라고 정치인을 뽑아 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서산업의 소각로 증설은 필요합니다. 아니 경서산업의 소각로가 멈췄을 때 오히려 국가대란이 올 수 있습니다. 또 이웃에서 의료폐기물을 소각하는 것을 반대하는 민원인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이 대결하는 주장들을 잘 녹여서 생산적인 타협점을 찾는 게 정치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그 일을 담당할 조규일 진주시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는 오히려 조규일 진주시장이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이 정치적으로 큰 기회를 잡는 거란 생각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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