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난지원금을 '5만원어치 농산물 꾸러미'로?

경남도의회 교육재난지원금 조례안 통과…교육청, 농산물 지급 계획 학습권 보장 취지와 안 맞고 학생·학부모들은 현금이나 상품권 원해

2021-09-10     변은환 기자
코로나19로

경남도의회가 재난으로 정상적인 등교수업을 받지 못한 초·중·고·특수학교 학생들을 위한 지원금 지급 내용을 담은 조례를 통과시켰다. 코로나19로 학교를 가지 못하는 등 학생들의 피해를 재난으로 판단하고 학생들에게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경남도의회는 9일 제388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를 열고 신영욱(김해1·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재난지원금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은 중대한 재난 발생으로 교육재난을 겪는 학생에게 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육 여건을 개선해 교육재난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또한 재난 발생으로 정상적인 등교 수업이 불가능해 대면 수업, 학교급식 등 학생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에게 학습용품 구매, 교육인프라 구축, 급식과 방역 등에 필요한 현금이나 현물, 용역 등을 교육감이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경남도의회는 이 조례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어 찬반 토론 절차를 거친 뒤 표결에 부쳐 재석 48명 중 찬성 29명, 반대 15명, 기권 4명으로 가결했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이 교육재난지원금을 ‘5만원 상당 지역 농산물꾸러미’로 지원하려고 추진하자 지급 방식을 놓고 찬반 의견이 갈렸다.

지난해 시행한 농산물꾸러미 사업은 학부모들의 혹평을 받았고 ‘학습권 보장’이라는 이 조례 목적에도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지원 금액이 다른 시도에 비해 적다는 불만도 있다. 현재 경북은 유치원과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현금 30만원, 부산은 초중고생 대상 현금 또는 상품권 10만원,  울산은 유치원과 초중고생 대상 현금 10만원을 지급한다.

교육재난지원금을 농산물꾸러미로 지급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한 학생은 “일반 재난지원금처럼 제로페이나 카드로 사용할 수 있게 지급하거나 문화상품권으로 지급해도 괜찮겠다”며 “농산물꾸러미는 학업을 위해서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학교 급식만을 위한 지원금이라면 몰라도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라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번에 농산물꾸러미를 받아본 한 학부모도 “맞벌이를 해 음식을 자주 못해주는 상황인데 농산물꾸러미를 준다면 억지로라도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부담스럽다”며 “학생 명의 통장에 직접 입금해주든지 학원비나 학용품 구입 등 직접적인 교육비에 쓰도록 현금으로 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어린이집, 학교 밖 청소년들과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시민들도 있다. 아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한 아버지는 “평소 일반적인 교육 지원도 못 받아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교육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빠지면 더 차별을 느낄 것 같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도 다같이 학습할 권리가 있고 오히려 학습권을 더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변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