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박사의거지10계명] 가진 것이 없어야 마음이 편하다

끝없는 욕망에 태산 같은 욕심에 돈의 노예가 되어 불행하게 살다 그 돈 다 써보지도 못하고 죽거나 자식들 재산싸움이나 하게 할 뿐

2019-03-29     경남미디어

<3> 욕심 내지 말라

우리 거지는 욕심이 없어야 한다. 욕심을 가진 자 있거든 당장 거지의 신분을 버리고 속세로 내려가라. 가서 남을 속이고, 공갈치고, 빼앗고 해서 돈을 벌라. 속세에서 고래등 같은 집을 짓고 목 뒷덜미가 돼지같이 살이 쪄 고개를 돌리면 눈 먼저 모로 돌아가고 상체가 고개를 운반해야 하는 그런 족속들이 부럽거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밤이면 밤마다, 부정한 돈이 들통 나지 않을 까 근심한다. 도둑맞지 않을까 근심한다. 그래서 그들은 성 같은 담을 쌓고 그것도 부족해서 담 위에 철조망을 치고 그 위에 면도칼보다 날카로운 유리병을 깨뜨려 꽂아 놓고 낮이면 햇빛에, 밤이면 달빛에 소름이 끼치도록 서슬이 시퍼런 칼날 같은 빛이 번쩍이게 한다. 담안에는 황소만한 세퍼드가 동네를 진동하며 짖어대도 마음을 못 놓고 사는 불쌍한 족속들이다.

그러고도 그들은 끝없는 욕망에 태산 같은 욕심은 하늘을 뚫으랴 한다. 그렇게 돈의 노예가 되어 불행하게 살다 그 돈 다 써보지도 못하고 죽거나 자식들 재산싸움이나 하게 할 뿐이다. 인생은 일장춘몽. 찰나의 한 세상. 가진 것이 없어야 마음이 편하다. ‘공수래 공수거’란 말을 아는가? 거지 동지 여러분 ! 알갔나? 앙!?

다섯째, 내일을 생각하지 말라.

거지는 모름지기 내일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직 오늘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세 끼가아닌 아침 저녁 두 끼를 때우느냐에 있다. 일진이 나쁘면 그나마 두 끼 중 한 끼를 굶거나 굶기를 밥 먹듯 하는 거지 주제에 내일을 생각한다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다.

장안의 집들이 다 너희들의 밥줄인데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 그래서 있을 때 다음 끼니를 생각지 말고 그날 빌은 밥은 배가 터지도록 실컷 먹어라. 다음 끼니를 생각해서 남겨두는 것은 거지답지 않은 졸장부다. 산 입에 거미줄 치겠는가? 내일은 내일이다. 그러니 지금 배부르면 만사태평, 만고강산이다.

집도 절도 없는 것이 우리들 신세인지라 겨울이면 남의 집 헛간이나. 추녀 끝에, 여름이면 나무그늘, 겨울 낮잠이면 양지 바른 담장 밑이 명당이니 아무데나 등 붙이고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거라. 그곳이 우리의 집이요 거실이니 내일은 내일의 일진에 맡겨라.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으니라. 거지 동지 여러분! 알갔나? 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