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 심란한 마음

“ 몸도 마음도 훌쩍 자라버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이토록 심란한 것은 혹여 부모의 미욱함 탓은 아닐까 “

2019-04-12     경남미디어
전남숙/주부

자식이 내 몸에 들어왔을 때는 얼른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랬고, 세상에 나왔을 때는 혼자 앉기만 해도 좀 쉬울 듯…, 걸음마를 할 때는 조금만 더 자라면…, 그리고는 학교만 들어가면…,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염려와 걱정도 함께 자란다는 걸 그때는 모르고, 자식에 대해 약간은 편안해지는 걸로 착각을 했었다.

자식에 대한 염려와 간섭은 소유하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어쩌면 부모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관심이라는 간섭 때문에 우리가 힘들어하고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자라고 열매를 맺으니
따스한 햇살로, 맑은 공기로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사랑이란 일으켜 세워주고, 붙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나 자랄 수 있다고 믿는 것” 이라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일으켜 세워주고 붙들어 주는 건 아닌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선택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등을 두드려주며 얼른 박수쳐주지 못하는 건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부모의 막연한 불안감 때문은 아닌지….

어릴 때부터 곧잘 공부를 잘했던 우리 딸. 중3 때 건강이 좋지 않아 많은 부분 포기하며 생활하는 데 적응하느라 힘겹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 한다며 건축학과에 지원하더니 고생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작업하느라 밤샘은 다반사고, 거기다 엄마가 아파 1년 휴학해가며 실습에 시험에 참 힘들게 대학생활을 하는 딸을 보며 많이 안쓰러웠다.

그러더니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는 딸. 말리고 싶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그저 지켜볼밖에….

며칠 전 국가직 시험을 치고 나더니 우리 딸은 완전히 결정한 듯한데, 난 왜 이리 아직도 불안한지…. 지금에 와서 차라리 평범하게 살라고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몸도 마음도 훌쩍 자라버린 아이 곁에서 어쩌면 부모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던 건 아닐까?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는 걸 바라보며 당혹감이 찾아들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딱히 어떤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 건 혹여 부모의 미욱함 탓인가 싶어 오늘은 무척이나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