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세상엿보기] 희망의 편지

2019-07-05     경남미디어
김용희

비오는 토요일 아침 아이들 노래 한 곡(모트 motte '멀리') 들어 봅니다. 어른들 젊은 날은 ‘화려하거나’ ‘절망하거나’ 였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의 노랫말을 보면 툭툭 내던지듯 관조하는(?) 느낌이 듭니다. BTS가 저리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가사의 공감능력 때문이라고도 하지요. 이젠 수직사회가 아니라 수평사회라는 거겠지요.

요즘 아이들, Z세대. 그들은 사실 누구의 편도 아니고 어떤 가치관에 매료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삶은 더 불확실하고 더 치열해지고, 어른세대 때는 차라리 모두 같이 어렵고 가치라는 것이나 국가관이라는 것도 있었고(유도되었다지만) 근대화의 주역으로, 대가족의 일원으로, 그 생존적 삶에 몰입하던 때라 소외는 없었다지만, 지금 아이들은 직업불안 사회불안 그리고 관계론적 고독 등 속에서 산다는 일이 더 빠듯해진 듯 합니다.

요즘 얘들은 어떨 땐 뮐 생각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인문학 수업에 아예 관심도 없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삶을 먼저 해부해서 공감을 얻고 나면 모르겠지만요. 똑똑하고 예민하고 정보에 밝은 디지털 원주민, 그러면서도 작은 감상이나 정에 쉽게 빠지고 또 쉬 잊기도 하고. ‘둘이서 걷던 솔밭길, 빗길을 걷던 우산속 추억’ 뭐 이런 케케묵은 낭만은 없을지라도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둘이 밤을 만날까 두렵다’도 하답니다. 실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게지요.

장맛비가 부슬거리며 내리는 아침. 어른들의 삶이라고 딱히 더 안정되거나 초월하지도 못하지요, 다만 어쩌면 너무 오래 시달렸고 혹은 더 완고해졌거나…. 그래도 감히 장담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있는 것 같지요. 우리가 얘들을 맘속 깊이 사랑하면 그들도 어른들을, 사회를 사랑할 능력이 어른보다 충분하다는 것. 그들을 외면하고 무관심하고 도외시하고 무시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고민과 불안을 이해하려 한다면, 우리보다 더 따스하고 포용적일 수 있다는 것. 이건 경험입니다. 아마도 경험들일 겝니다. 뉴스로 보는 것은 부분이지요.

우리는 우리 민족을 믿지요. 허세가 아니라 역사가 현실이 입증해주니까요, 분명 문화가 있고 저력이 있고 숨겨진 힘(hidden power)이 있으니까요. 전쟁의 폐허에서 가장 빨리 회복한 국가, 영화, 아이돌, 드라마…. 이런 한류가 세계문화를 주도하는 나라. 그건 우연이 아니고 반만년 역사 속 우리의 DNA에 깊이 서린 한과 정과 인내와 사유와…. 이런 우리 것이 숙성 발현되는 것 아닐까요. 때문에 우리 언어로 우리 감성으로 앞으로 아이들이 써 나갈 또 다른 희망을 이 비 오는 아침에 얘들 노래 한 곡 들으며 문득 내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