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향지시등 배려와 약속이다

2019-09-27     경남미디어
권세혁마산중부경찰서

차량을 운행하시는 분들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차량으로 인한 불쾌감을 한번쯤은 느껴보고 경험했을 것입니다. 도로주행을 하고 있는데 옆 차선에 달리던 차량이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여 들어오면 정말 황당하고, 더욱이 어떤 상황에서는 놀라 급정거도 한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급정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여파는 후미 차량의 추돌로 인적 · 물적 피해를 동반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고속도로순찰대에서 근무할 당시 보복운전, 난폭운전 신고가 접수가 되어 현장에서 양측 운전자들을 만나 경위를 파악해 보면 원인은 차선변경과정에서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변경을 한 것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여 난폭·보복운전으로 발전하게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더 심한 경우에는 난폭·보복운전을 넘어서 큰 인사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소극침주(小隙沈舟)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우리가 아주 사소하게 간과한 것이 큰 재앙이 되어서 되돌아오는 현장을 더러 보게 됩니다.

운전자 여러분 방향지시등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몇몇 운전자들을 상대로 물어보았습니다. “꼭 방향 전환 시 깜빡이를 켜야 하나요?”, “깜빡이 켜는 것 몰랐어요!”, 물론 대다수 운전자들이 방향지시등에 대한 역할을 모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지시등 조작은 운전자 상호간 약속입니다. 도로상황에 따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좌측이 될 수 있고 우측이 될 수 있습니다. 도로 위에는 내 차만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맞은 편에서 오는 차도 있고 뒤따라오는 차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어디로 가겠다는 의사표시를 상대방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방향지시등입니다.

도로를 운전하시는 운전자 여러분! 인생에서는 마이웨이가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도로에서만은 상대편을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