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갈라파고스 증후군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갈라파고스 증후군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6.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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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란 남태평양의 19개 섬으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따온 동식물의 진화와 관련한 학술적 용어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미의 동태평양에 있는 에콰도르령 제도로 정식명칭은 콜론제도다. 전라북도 크기의 면적으로 이 섬의 동물과 식생이 육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바람에 고유의 독특한 생태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이 섬을 놓고 그래서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부르거나 ‘진화의 전시장’이라고 까지 하는데 이런 현상을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갈라파고스 증후군이 주는 의미는 기본적으로 고립이란 단어와 연결된다. 최근 들어 이 용어가 단순히 진화적 측면이 아니라 산업 경제적 측면, 정치적 측면에서도 인용되고 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갈라파고스 증후군이 인용되는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의 전자제품들이 과거 한때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일본 제품의 수준과 완성도, 안전 기준 등이 전 세계의 기준에 맞추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어느 순간 일본 국내 시장에 염두를 둔 제품에 치중하면서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후발 경쟁업체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1억에 가까운 일본 국내 시장의 수요만으로도 기업이 충분히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국내 시장의 요구에 만족하면서 급변하는 국제 수요에 소홀하거나 따라잡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만 것이다. 미국이 일본시장보다 큰 내수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글로벌화를 지향해온 점과는 대비되는 부분인데 여기에는 일본인 특유의 폐쇄문화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인 갈라파고스 현상은 한국에서 좋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변함없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지역이 광주·호남과 대구·경북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정치적 바람이 어떤 형태로 불어오든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마치 갈라파고스와 같은 곳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이들 지역 후보들의 득표율을 보자. 강기정 광주시장 75%, 김영록 전남지사 75.7%, 김관영 전북지사 82.1%, 홍준표 대구시장 87.7%, 이철우 경북지사 78% 등 이른바 압도적 몰표현상은 여전하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14곳을 석권했을 때 국힘의 전신인 한국당은 대구와 경북에서 살아남았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힘이 12대 5로 싹쓸이나 다름없이 압승을 했는데도 광주와 호남은 건재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보여 온 공과를 떠나 결과적으로 호남에게만 매달린 모습이다. 한마디로 ‘묻지마 투표’의 전형이다.

한국정치의 갈라파고스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다양하다. 역사적 정치 토양에 기인한다든지, 호남의 경우 5.18로 인한 반감이나 피해 심리가 작용했다든지, 상대적 위기감이나 박탈감에 의한 투표 집중현상이라든지 정치적 폐쇄성이라든지 의견은 분분하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호남과 TK의 집단몰표 현상이 현상으로서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이 과연 건강한 자유민주주의이며 정상적인 현상이냐 하는 의문이다. 해당지역 유권자들이 집단최면에 걸렸다고 하거나, 이성적인 사고능력이 결여됐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 오히려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이다. 기계적으로 호남은 민주, TK는 국힘으로 기표를 하는 행위가 지성적인 기표행위라고 할 수 있을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지난 대선에서 광주의 복합쇼핑몰 논란이 호남지역에 충격을 주었던 것처럼 이들 지역이 특유의 폐쇄성을 벗어던지고 마음의 갈라파고스라는 정치적 섬을 떠나 새로운 신천지를 향해 출항할 날이 빨리 오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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