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 남강 예찬 _ 임귀연 교수
[오! 사랑] 남강 예찬 _ 임귀연 교수
  • 임귀연 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 승인 2023.06.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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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귀연 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진주에서 태어나 늘 보던 남강
얼마전부터 운항하기 시작한 유람선
친구들과 비내리는 궂은 밤 함께한 시간
구슬픈 남인수의 노랫가락에
눈물인지 빗물인지가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
임귀연 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임귀연 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진주를 잠시 떠나있었을 때 고향이나 집을 생각하면 늘 남강이 먼저 떠올랐던 건 마음 속 물길이 이곳으로 닿아있었던 걸까.

엄마는 남강에서 빨래하던 얘기, 헤엄치던 얘기 등 강물 따라 흘러간 추억들을 자주 들려주곤 하셨다. 중·고등학교 때는 촉석루에서 백일장을 열었다. 남강을 주제로 시를 짓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한데 어느덧 흰머리 성성해진 나이가 되었다.

다시 고향에 돌아와 20여 년을 넘게 살아왔고 남강은 한결같이 흐르고 우리의 시간은 강물처럼 깊어 가고 있다.

얼마 전 남강에 유람선이 생겼다는 친구의 들뜬 목소리에도 나는 속으로 별 감흥이 없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남강이야 늘 보던 곳이고 유람선을 타고 둘러볼 만큼 강의 길이가 될까 싶었다. 사실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8시, 약속된 유람선 타러 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물빛나루에서 수속을 마치고 얼마쯤 기다렸을까, 저만치 불빛을 매단 배 한 척이 유유히 떠내려오는 게 보였다.

설레이는 마음을 붙잡고 다섯 친구들이 유람선에 올랐다. 배 위에는 양쪽으로 앉을 수 있는 길다란 좌석이 있고 앞을 조망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궂은 날씨에 우리뿐인 줄 알았는데 10여 명의 단체 손님이 더 있어 유람선은 가득 찼다.

날은 어둡고 비까지 흩뿌리는 날씨 속에서 유람선이 출발을 알렸다. 작은 함성과 함께 사진 찍는 소리가 소란스러웠다. 사투리가 농익은 해설사의 자기소개와 함께 구구절절 진주의 역사와 임진왜란, 촉석루, 의암에 서린 이야기들을 들으며, 달리는 유람선 위에서 바라본 밤 풍경은 사뭇 달랐다.

촉석루 쪽에서 바라본 남강은 우리에게 친숙했지만 남강 쪽에서 바라본 촉석루는 전율이 일만큼 아름다웠다. 길게 이어진 성벽을 따라 비추는 은은한 조명이 운치를 더해 주었고 촉석루는 의연한 모습으로 우뚝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취해 있을 때 의암 바위 가까이 다가가서 배가 멈추었고 해설사는 논개의 삶을 들려주었다. 한때는 빛나는 청춘이었으나 지금은 강을 건너간 여인, 어둠 속 의암은 침묵하였고 우리는 논개가 된 듯 마음이 한없이 처연해졌다.

그 순간 진주와 남강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말없이 눈웃음으로 교감하며 뭉클함을 나누었다. 진주 사람이라서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해설사의 구성진 소개가 그치고 문화예술회관 즈음에서 배를 돌려 돌아오는 길, 흐르는 강물 위로 가수 남인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얼굴에 닿는 바람은 시원했고 비는 그칠 줄 몰랐다. 누가 시작했을까 우리는 하나가 되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비 내리는 저녁 젖은 어둠 속에서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구슬픈 노랫가락이 화려한 유람선 불빛처럼 반짝였다.

‘경상~도 사투리에 아가씨가 슬~피우네 이~별의 부산정거장’

우리는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지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가 마음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날의 여운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내 마음은 지금 유등처럼 남강 위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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