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 화분 하나가…
[오! 사랑] 화분 하나가…
  • 경남미디어
  • 승인 2019.03.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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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아 화분 하나 들여
물도 주고 영양제도 꼽으니
생기 가득해 지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백유 전남숙 주부
백유 전남숙/주부

누구나 그러하듯 봄이 되면 집안에 화분 하나쯤은 욕심내본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화분 하나를 들고 왔다. 봄이 온다며 꽃가게 마다 앞 다투어 앙증맞은 예쁜 꽃들이 선보이고 있었고, 꽃들은 작은 손을 들어 손짓을 했다. “제가 행복을 드릴테니 저 좀 데려가 주세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멈추어 서서 이것 저것 구경하기 시작했다.

풀과 나무들은 저마다 자기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그 누구도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 풀과 나무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눈부신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생명의 신비를 꽃피운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신들의 분수에 맞도록 열어 보인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풀과 나무를 우리는 좋아한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는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가 좋다. 이런 진리에서 또 하나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이런 도리를 봄철에 꽃한테서 배운다.

꽃이 없어 뒤로 밀린 듯한 잎사귀 무성한 화분 하나를 골랐다. 푸른색이 건강해 보여 난분 옆에 놓아도 좋겠고, 컴퓨터 책상에 얹어놔도 괜찮을 것 같아 바로 결정하고 꽃도 매달지 않았고 이름표도 붙이지 않은 그러나 푸른 잎에 부드러운 생기가 넘치는 화분 하나를 사들고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들이랑 같은 취미로 동우회 다니느라 자꾸만 늘어나는 짐에 밀려 자리가 비좁아 차 트렁크에서 종일을 시달렸을 화분에게 분무기로 물을 흠뻑 뿌린 뒤 자리를 정해 앉혀 주었다. 건강하게 자라줄 것을 당부하며….

화초 관리를 잘 못해서 화분 들이는 일을 안했었다. 매년 생일 때마다 보내주는 감사한 지인의 생일축화 화분을 감사히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한식구로 살려고 하다 보니 어찌된 일인지 요즘엔 화분이 잘 자라 준다. 별달리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닌데.

몇 개 남아있던 난분들이 돌아가며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누렇게 뜬 바이올렛에서도 보라색 꽃봉오리가 몽실 몽실 솟아오르고…. 그렇게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됐다. 영양제도 사다 꽂아 주고 물도 때맞춰 뿌려주고 분갈이도 해주면서.

싱싱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는 일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싱싱해 지는 건 식물만이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화분 하나로 이 봄에 나는 감사히 받아들여지는 나 자신을 사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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