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달이 참 밝네요”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달이 참 밝네요”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09.2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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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을 건네기 전에
달이 밝다는 표현으로 대신해 보자
무슨 의미냐고 묻거든
사랑한다는 표현이라고 살짝 귀띔해…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어제는 달이 청명한 가을을 닮아서 참 밝았다. 예전에 할머니가 말씀하신 토끼도 있을 것 같고 그리운 사람의 얼굴도 있어 보인다. 달의 크기는 내 마음의 크기라 했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내 마음보다는 더욱 커 보인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도 아니고 달이 어제보다 이유 없이 커져 버린 것도 아닐 텐데, 어제의 달은 유난히 밝고 컸다. 아마 가을이 보내는 사랑 때문인 것 같다. 만인의 연인이며 기다림이며 아름다움이 가을이다 보니, 우리는 가을에 더욱 감정이 솟아나는 것 같다. 가을을 만나려고 우리는 오매불망 기다리고 지난 계절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사는 게 힘들고 지치지만 가을에게 문 활짝 열어 기다리면 어디에 숨어 있다가 고운 날개 달고 나타날지도 모른다. 가을이 오는 설레는 마음으로 어제의 달이 고왔던 것 같다.

“달이 참 밝네요.”라는 말은 사랑한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사실적이고 간결한 “사랑”이라는 말보다 그 의미가 구체적이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정감있는 표현인 것은 확실하다. 난해하지만 적어도 낭만이 있어 우리의 삶 속에 위트와 여유가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사랑의 의미는 누구에게는 행복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도 여행 같아서 출발 전에는 늘 설레고 즐겁고 행복하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여행이 늘 우리가 꿈꾸는 이상이 아닐 때도 있었고, 이 여행을 왜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때도 있었다. 누구와 하는 여행이냐에 따라서 달라졌듯이 누구와 바라보는 달빛인지에 따라서 행복의 크기는 달라질 것이다. 사랑과 여행과 달빛은 이렇게 닮아있다.

가을과 함께 하는 인생은 알면 알수록 진하고 값진 것이니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가을을 한 순간도 그냥 스치게 만들지 말아야 함을 인정하자. 해마다 오는 가을이라고 별것 아니라고 시시하고 쓸모없이 보내면 어리석은 인생이 되지만, 달을 보면서도 귀하게 여기고 가을이 오는 것 또한 고귀하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찬란한 인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오늘 밤 고개를 들어 머리위에 홀로 세상을 지키는 달을 올려다 보라. 어제보다 적은 크기의 달이지만 그 속에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기 전에 달이 밝다는 표현으로 대신해 보자. 무슨 의미냐고 묻거든 사랑한다는 표현이라고 살짝 귀띔도 해 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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