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마음의 감기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마음의 감기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12.10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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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풀어서
누군가에게 던져주라고 했는데
여전히 꽁꽁 싸매고 있는 나는
언제쯤 자유로워질까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오늘은 한 달 전부터 계획되었던 약속을 지키는 날이다. 좋은 인연들을 만나 운동도 하고 누군가의 처음을 기억하기 위해 멀리서 강원도에서 전라도에서 진주에서 출발하여 진해에서 모였다. 진해를 오랫동안 기억에서 잊고 있었더니 가는 길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도로가 생겼고, 낯선 도로에 한동안 네비게이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네비게이션의 말에 집중하지 않아 좌회전을 빨리해서 돌아가기도 하고, 실수를 반복하면서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

박사학위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가는 길이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교수님은 퇴임을 하셨고 그러는 동안 나도 나이를 먹어 즐거운 드라이버가 되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해서 궁금했던 일을 묻기도 하고, 예전의 논문 심사 때의 일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하고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얻었다.

교수님은 나의 긴 이야기를 한참동안 말없이 듣고 계신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하신다. 우리의 몸이 감기를 하듯 지금 내 마음에도 감기를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치료를 권하신다. 나의 몸이 불편하고 아픈 것에는 잘 알아차리면서 나의 마음이 힘든 것은 무작정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했고, 눈에서 가장 먼 마음은 나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다. 아마 마음이 참고 견뎌 내기가 참으로 힘들었던 모양이다. 나의 이야기를 듣는 교수님도 알아차리는 마음을 나는 아직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에게는 가장 보수적인 사람이었고, 나의 마음을 잘 숨기면 상처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잘 감춰질 수 없는 마음을 옷으로 덮고 다른 생각으로 가려서 여기까지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이루고자 했던 일들이 일어나는데도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렇게 바랐던 일들이 나에게 도착했는데, 나는 전혀 감흥이 일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나는 교수님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풀어서 던져주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꽁꽁 싸고 있다. 타인이 들어올 수도 없고 나도 문을 열고 나갈 수도 없도록 말이다. 조금 더 힘들어지면 모든 것을 놓을 수 있으려나? 얼마나 더 힘들어야 나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한번만 더 참아볼까? 그래도 안 되면 마음의 감기를 치료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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