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나한테 왜 그랬을까?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나한테 왜 그랬을까?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1.12.3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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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여기 세상에 보냈을 때는
당신의 큰 그림이 있었을 것이고
여기에서 인연들을 맺을 때도
그들 속에서의 나의 행복을 생각했을 것이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 해의 끝에 서 있다. 더 밀려날 곳도 없이 완전한 끝이다. 물론 새해가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 역사든 개인적인 역사든 올해는 분명히 끝이 난 것이다. 살다보니 여기까지 밀려온 것인지, 아니면 열심히 살아서 한번 쉬어가라고 쉼으로 준 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가오지 않은 내년이 두렵고 무서워진다. 어떻게 또 살아내지! 싶다.

내 휴대폰 메시지와 카톡은 너무 분주한 척을 한다. 보지 않으면 몹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재촉한다. 대부분은 “올해 마무리 잘하고 새해에는 건강하고 행복해라”는 당부의 말이다. 나의 휴대폰 속의 인연들은 벌써 새해를 희망차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주변의 인연들 역시 즐거웠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염려하고 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있어 나는 그 누군가에게 왜 그랬냐고 되묻고 있다. 나를 여기 세상에 보냈을 때는 당신의 큰 그림이 있었을 것이고, 여기에서 인연들을 맺을 때도 당신은 그들 속에서의 나의 행복을 생각했을 것이다. 오만한 나의 생각이었는지 묻고 싶다. 지옥을 나에게 보여주고 계신 것일까? 나를 돌아보고 더 열심히 살아내라는 암묵적인 지시임에도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한테 왜 그랬냐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일까? 이 무수한 질문을 수백 번, 수천 번을 되풀이했지만 나는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 딱 하루 남은 올해에 나는 이 질문을 또 한다. 나한테 왜 그랬을까?

나한테 주어진 인연들도 여러 종류도 다가온다. 선한 인연의 모습으로, 악연의 모습으로 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습으로. 가까운 곳의 인연이 나에게 선했다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유쾌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늘 발을 동동거리게 만들었고, 배려는 호수바닥에 던져버렸고, 잘못과 실수의 끝에는 비난이 있었다.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거센 눈보라를 늘 대비해야 했다. 그런 것에 여유는 없었고, 기분이 유쾌할 겨를도 없었다. 그러면서 더욱 굳어진 인상이 되었다. 왜 그런 인연을 주었는지 수없이 물었고 해답을 원했고, 나한테 그러는 이유를 찾으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망이 아닌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늘 고민했다. 처음 이 땅에 나를 데려다 놓으신 이유도, 나를 악연 속에 던져두신 이유도 나는 아직 찾지 못하였으니, 내년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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