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돌아오는 길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돌아오는 길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2.01.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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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길에서 직진만 고집하지 않고
되돌아오는 길이 있어야
그것에서 힘을 얻어 다시 직진할 수 있으려니
때론 걸음을 늦추고 걸어보자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새해를 맞이하고 벌써 며칠을 삼켰다. 시간은 잘도 간다. 원하지 않았던 원했던 상관없이 활이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되돌릴 수 없는 속도감으로 앞으로 직진을 계속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걷는 연습에 열중이었다. 직진을 계속하다가 잠깐 멈춰 서기라도 하면 불성실하다고 생각했고, 되돌아오는 것은 실패라고 여겼다. 돌아오는 횟수가 많을수록 불행은 겹겹이 쌓여갔다. 인생에는 돌아오는 길도 있고 잠시 쉬었다 가는 길도 있다고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잘못된 생각과 실수는 거듭 계속되었다. 나에게 휴식은 사치가 되었고 돌아오는 일은 절망이 되었다.

오늘도 호수 주변을 걷는다. 바람이 몹시 분다. 바람으로 호수의 수면은 흔들리고 있어 하늘을 품고 있지 못하다. 한참을 걷다보면 호수와 땅이 간격을 두고 있어 수영을 하거나 배라는 도구를 빌리지 않으면 건너지 못하는 구역이 나온다. 그곳에 닿으면 크게 호흡을 하고 나는 돌아선다. 이 끝은 실패도 아니고 절망이나 불행도 아니다. 더이상 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는 가볍게 돌아선다. 나의 삶의 긴 여정에도 분명 이런 길들이 있었을 것이다. 돌아올 수밖에 없던 길, 아니면 먼 길을 돌아 쉬어가면서 올 수 있었던 길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나는 요즘 가다가 멈추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놓고 간 물건이 있거나, 실수로 전기를 꺼지 않았거나, 문을 잠그는 일을 잊어버리는 등 잦은 실수들로 집으로 다시 돌아와 여기저기를 확인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예전처럼 화가 나거나 나를 원망하는 일 따위는 없다. 시간이 조금 늦춰졌을 뿐 내 인생에 변하는 것은 없었다. 나를 다독이고 가는 따뜻한 마음이 생긴 것은 아니다. 나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낼만큼 열정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의 기억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을 것이다. 꼭 직진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휘어진 길에 걸음을 늦추고 걸어도 보고, 오솔길에 뿌려진 낙엽소리를 들으며 걷기도 하면 좋을 것이다. 인생이 특별할 것도 없는데 혼자 뛰고 앞으로만 간다고 행복한 삶이었는지 묻고 싶다. 되돌아오는 길이 있어야 그것에 힘을 얻어 다시 직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삶의 내용이 되고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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