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호수와 바다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호수와 바다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2.01.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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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업을 마치고 함께한 식사자리
오늘 함께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억겁의 시간을 통해서 만난 인연이리니
먼 미래에 또 인연으로 만나지리라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이 주일에 한 번씩 하는 명상수업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한다. 물론 다른 선생님들은 일박을 하신다고 조그만 가방에 필요한 물건을 챙겨오셨다. 우리는 전달받지 못한 상태라 함께 있다가 늦은 밤에 돌아오기로 한다. 전달하지 않은 선생님을 탓하기보다 벌써 깜빡깜빡하시는구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시도 때도 없이 잊어버리고 잃어버린다. 세월에 시간이 합해져서 너그러워진 것인지, 명상공부를 통해서 생각이 유연해 것인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둘 다 포함되는 것은 확실하다.

겨울바람이 매섭지 않아 차의 창문을 한 번씩 열어 바람을 맞이하기도 하였고, 이런저런 수업 중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곧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문제가 생겼다. 나라에서 엄중하게 내린 방침에 우리의 인원이 문제였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와 전략이 필요했다. 따로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다시 만나자는 계획에 편을 나눈다. 우리가 언제부터 함께 한 사람들에게 인원을 정하고, 식사가 주요 목적이 아닌 만남이 좋은 인연들에게 목적을 잊어버리게 했는지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엊그제 일도 잊어버리는 우리는 그 세월마저 먼 기억 속에 잡아두고 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일층의 사람들은 바닷가 산책을 나섰고, 그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노을이 바다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간혹 지나가는 배로 인해 물결이 뱃머리를 타고 잔잔히 번지고 있다. 그 모습이 가로등에 반사되어 금빛으로 바다는 변하고 있었다. 한참을 창문을 통해서 바다를 감상한다. 식사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바다를 한참 들여다본다. 내가 바라보는 호수와 바다는 다른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와 닿는 물결은 같아 보인다. 내가 바라보는 호수는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이었으면 지금의 바다는 노을과 가로들의 불빛을 품고 있어 금빛으로 빛나는 것이다. 물속에 무엇이 스며드느냐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것이 다르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금빛인지 은빛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아름답고 행복한 색을 내는 빛이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 그래서 끊임없이 치밀고 올라오는 인간적인 욕망과 분노를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인간이고 좋은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인연들은 바위가 가루가 되어 날리는 억겁의 시간을 통해서 만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도 없는 윤회를 함께 했을 것이며, 그것도 안타까워 이렇게 모여서 각자 들여다보고 있다. 이 시간이 모여서 아주 먼 미래에 또 인연으로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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