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농촌 쓰레기
[정용우칼럼] 농촌 쓰레기
  •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 승인 2022.01.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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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올 겨울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불어대니 체감온도가 많이 내려간다. 어쩌다 좀 따뜻해졌다 싶으면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그래서 바깥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러나 항상 그런 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오늘같이 바람도 세게 불지 않고 미세먼지도 없는 날도 가끔은 있다. 이런 날에는 강둑길 산책을 나선다.

강둑길에 올라서니 바로 앞 시금치 재배지에서 아주머니 10여 명이 시금치를 캐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 동안에도 쉽게 말라버리지 않는 유일한 농작물 시금치. 저 넓은 밭에서 아주머니들이 손으로 시금치를 캐낸다. 요즘 시골의 농사는 거의 기계로 이루어지는데 이 시금치 캐는 작업은 사람 손에 의지하지 아니면 안 된다. 올해는 시금치값이 괜찮은 모양이다. 시금치값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아주머니들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해 밭을 기계로 뒤엎어 버리는 데 올해는 모두 캐내고 있으니 말이다.

시금치 밭을 뒤로 하고 본격 강둑길 산책에 나선다. 강둑길 양옆 비탈길 풀과 나무들도 한창 성장의 절정을 이루던 때와는 판연히 다르게 변했다. 빨갛게 노랗게 꽃을 피웠던 식물들, 아름답게 춤추던 갈대, 끝없이 다른 식물들을 휘감아 나가던 칡넝쿨. 이 모든 것들이 시들어 말라버렸다. 시들어 말라버려 색과 빛이 덜 화려하고 흐릿하지만 이 또한 시절의 흐름에 따른 것이니 자연스럽다. 하여 나름대로 아름답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쓸쓸하고 적막한 가운데 무심하게 흐르는 강물과 그 둘레 풍경 구경에 소소한 기쁨을 느끼면서 계속 걷는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지난여름이 그대로 좋았듯이 겨울은 겨울 이대로 좋다. 어느 시절에 걷든 자연은 모든 계절이 고르게 아름답고 귀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한다.

그런데 모든 세상사 그렇듯이 즐거움이 있으면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도 있는 법. 강둑길 좌우 비탈길과 그 주변에 마구 버려져 있는 쓰레기도 그 중 하나다. 여름철 동안에는 풀과 나무들이 쓰레기들을 숨겨주어 나의 눈에 띄질 않아 좋았다. 특히 칡넝쿨은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왕성하게 뻗어나가는 넝쿨들이 모든 흉물을 덮어 감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칡넝쿨들이 겨울이 되어 말라버리니 그 흉물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름답고 귀한 자연을 훼손하는 쓰레기들. 강둑길 양옆 비탈진 곳은 물론 강둑 안쪽에 마구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 각종 비닐, 스티로폴, 플라스틱 등 그 가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쓰레기들.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이 만들어 버린 것은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으니 보기가 싫다. 게다가 이들 쓰레기들이 질적·양적 측면서 생태계 순환을 교란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만든 여러 가지 도구가 도리어 자연 생태계를 서서히 파괴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여 정부에서도 쓰레기 수거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긴 하다. 곳곳에 경고판을 설치한다라는지, 동네 입구에 농약병 수거함 등을 별도 설치한다라든지 해서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설령 관심이 있다 하여도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돈이 들어간다면 그들의 형태는 돌변한다. 아무데서나 불을 질러 쓰레기들 태우기도 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구 내다버리기도 한다. 결국 농촌의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집중적인 단속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자발적인 참여가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

오늘도 내가 걷고 있는 강둑길 아래에서는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강물은 아래로 흘러간다. 아래로만 흐르는 줄 알기에 강 주변에 온갖 더러운 것을 거리낌 없이 버린다. 그러면 그것들이 강물 따라 흘러 영원히 자신을 떠나가 버리는 줄 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돌고 돈다. 내가 버린 쓰레기들이 돌고 돌아서 다시 내게로 되돌아온다. 우리가 행한 대로 돌려받는다. 그것이 자연의 원리다.

미국 원주민(인디언)의 격언에 이런 것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토지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빚진 자들이라는 이야기. 오늘을 바꾸는 행위는 결국 우리의 미래를 바꾼다는 이야기. 그래서 바로 지금 우리 행동은 달라져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고 행동으로 실천하여야 한다. 쓰레기를 덜 만들어 내겠다는 다짐, 그리고 쓰레기를 아무데나 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절실히 요구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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