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TV 대선 토론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TV 대선 토론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2.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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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세계 최초의 대통령 TV토론은 1960년 미국의 대통령선거부터 였다. 당시 민주당의 케네디 후보와 공화당의 닉슨 후보가 주인공으로 이들은 4주간에 걸쳐 4차례의 TV토론을 가졌다. 사상 최초의 TV토론은 미국의 정치와 대선구도 그리고 미디어의 역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토론 전까지는 닉슨의 절대적인 우위가 예상됐지만 젊고 잘생긴 케네디 후보의 언변에 미국 유권자들은 케네디에게 표를 던졌고, 결국 케네디 후보는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된다. TV토론이 대통령선거라는 국민적 관심사를 안방으로 끌어들이는 미디어의 새로운 역할을 창출했고, TV라는 매체는 이후 선거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지난 3일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린 대선후보 4자간 TV토론의 시청률은 39%(리얼미디어)나 기록했다. 탐색전으로 치러진 첫 토론회는 지난 1997년부터 열린 TV토론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이다. TV토론의 시청률이 대선 결과를 미리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는 아니지만 역대 대통령선거 당시 TV토론의 시청률의 평균이 30%를 넘어서면, 대선후보 1~2위 간의 득표차이가 5%p 이내의 박빙을 보이는 선거결과를 보였고, 시청률이 비교적 낮은 20%대일 경우에는 당선자와 2위 후보의 격차가 큰 결과를 보여 왔다. 실제 이길 가능성이 없는 후보의 지지층이 선거에 흥미를 잃게 되면, 토론에 대한 관심이 줄고 투표도 무관심해진다는 결과인데 2007년 민주당 지지층이 그리고 2017년에는 국민의 힘 지지층이 그러했다. 그런 점에서 TV토론의 시청률로만 따진다면 이번 대선은 박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첫 TV대선토론을 보고 난 지지자들이 SNS에 올린 시청 소감들을 훑어보았다. 후보의 지지 여부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 당연히 각자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잘했다는 관전평들이다. 전반적으로 이재명은 달변이나 노회했고, 윤석열은 어눌했지만 선방했고, 안철수는 박식하지만 답답했고, 심상정은 분명했지만 안타까웠다는 것이 중평이다. 토론의 주제가 외교안보와 부동산, 일자리 등과 같은 내용이 복잡하고 이슈가 비교적 무겁고 큰 사안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토론방식을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네 후보 모두 제대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말이 두 시간이지만 실제 주제별로 나누고 또 4명의 토론자들이 다시 1대 3으로 토론을 전개하다보니 질문을 서로 주고받다가 답변은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제한시간 5분을 넘기기 일쑤였다. 여기에다 서로 몸조심, 말조심하느라 분위기도 그다지 달아오르지 못했다.

TV토론의 가장 큰 장점은 후보자들의 말과 표정을 라이브로 유권자들이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고, 온라인과 SNS 등을 이용한 무차별 네거티브 선거구호와 일방적인 상대비방, 요란한 선거 공약 등이 난무하는 시점에서 TV토론장에 후보들이 마주 앉아, 직접 상대방 후보와 논쟁을 벌이고 토론을 하는 장면은 새삼 시청자와 유권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39%이라는 시청률은 단순히 첫 대선후보 토론이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국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지대하다는 또 다른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후보 간의 차별화를 좀 더 분명히 할 수 있도록 토론 시간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 후보에 대한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선거지원 세력이 벌이는 미디어와 SNS를 이용한 프레임 공격보다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들이 직접 벌이는 보다 적극적인 토론과 자신의 목소리로 얘기하는 정치철학을 듣고 싶어 한다. 앞으로 세 차례 남은 토론에서는 후보들의 그런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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