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봄이 온다. 네가 보인다.
[진하 정숙자칼럼/차를 통한 중년 극복기] 봄이 온다. 네가 보인다.
  • 정숙자 문학박사
  • 승인 2022.02.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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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다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을
마음이 바빠져서 전전긍긍한다
비로소 네가 보인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아침에 없었던 나무에 싹이 볼록하게 올라와 있다. 마지막이듯 불어대는 겨울바람으로 저 가녀린 싹이 혹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만 심해진다. 나의 관여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애써 너를 붙잡기 위해 불안한 마음의 시간을 보낸다. 하늘을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바람이 멈추기를 바라지만 겨울바람은 쉬이 멈추지 않는다.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불현듯 한 생각이 스친다. 차라리 너를 내 곁에 두면 이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너를 집안으로 들인다. 깊은 화병에 물을 가득 담아 그곳에 내려둔다. 물의 양이나 실내 따스함의 내용이 나의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아마 나는 이 착각을 매년하고 있다. 그러면 은혜롭게도 너는 꽃으로 화답한다. 오랫동안 너를 바라보고 행복해진다. 봄은 아직 조금 멀었다. 그런데 너는 내게 와서 먼저 봄을 알린다. 너의 소식에 나는 한동안 즐겁고 희망이 생긴다. 그러고 어느 아침에 네게 다가가니 너는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네 나무에서 강제로 떨어져 고향을 떠난 너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젖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수동적인 너의 대답을 구하지 않았다. 나만 존재하는 모양으로 너를 겨울의 중간에서 빼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렇다. 어제도 그 전에도 나의 생각에만 심취했을 뿐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나는 늘 배려하지 못하는 상대를 미워했다. 내게 묻지도 않고, 나의 감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던 너를 내 삶에서 지워내고 싶었다. 그런데 나보다 강한 네게는 싫다고 하면서 나보다 여린 너에게는 나의 싫음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음에 놀랍다. 내 상대의 너는 내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일관성이 없어도 그렇게 없을 수가 없다.

봄이 오고 있음을 잘 안다. 언제나 겨울은 보내고 당연히 봄은 온다. 나는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을, 마음이 참지 못하고 바빠져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다. 겨울과 봄이 한 지붕 밑에 살 수 없듯이 내가 바라보는 너도 하나의 생각에 있어야 한다. 수동적인 네가 되었든 능동적인 네가 있든 나는 그저 지켜봐야 한다. 따스한 봄이 오니 비로소 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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