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방음식으로 진주 푸드시티(Food city) 만들자”
[인터뷰] “교방음식으로 진주 푸드시티(Food city) 만들자”
  • 황인태 대기자
  • 승인 2022.02.1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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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

궁중음식보다 교방음식이 더 화려하고 기능성 높아
기생접대문화와 풍부한 산물이 진주 교방음식 낳아
올 5월 진주시청서 교방음식 관련 학술대회 열어
2008년 참진주참음식 축제 5천명분 비빔밥 만들어

2007년 한식세계화 위해 한국음식문화재단 설립
2013년부터 7년간 광화문서 한국식문화세계화 대축제 열어
2014년 롯데 신동빈 회장 권유로 한식당 대장금 운영
한식세계화 위해 ‘글로벌 한식 아카데미’ 꼭 필요

중학교 때 우연히 만든 육개장으로 음식재능 발견해
독학으로 음식 자격증 다 취득할 정도로 타고난 천재
음식하면서 지금껏 한 번도 간 맞춘 적 없어도 간 맞아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도 음식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어
경상대 식품영양학과 진학해 이학 석·박사학위 취득
미국 스탠든 대학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 받기도

박미영(58)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은 음식과 관련해 타고난 천재이다. 지금까지 무수한 요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한 번도 관련 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 책으로 독학만 해서 자격증을 다 땄다. 또 지금까지 음식을 만들면서 간을 본 적이 없다. 감으로 해도 늘 간이 잘 맞았다. 요리창작대회에 출전하면서도 연습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그려만 봐도 출전해 대상을 받았다. 이처럼 박 이사장은 음식과 관련해서는 타고난 천재이다.

박 이사장의 재능이 가족들에게 알려진 것은 중학교 때이다. 행사요리를 만들던 어머니가 그날 식재료를 장만해 두고는 외출을 했다. 소고기와 야채가 한가득 있었다. 박 이사장은 어머니에게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는 이 재료들을 가지고 육개장을 한통이나 끓였다. 집에 돌아온 식구들이 찜통에 육개장이 있는 것을 알고는 맛있다며 세 그릇씩이나 먹었다. 나중에 박 이사장이 끓인 줄 알았지만 어머니는 혼내지 않으셨다. 우연하게 딸의 요리재능을 알게 된 어머니는 그 이후 박 이사장이 요리에 참여하는 것을 막지 않으셨다.

박 이사장이 본격적으로 요리분야에 나선 것은 30대 초반부터이다. 이때부터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박 이사장은 2007년 한국음식문화재단을 설립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홍보, 글로벌화를 통해 한식이 세계적인 식문화로 만들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 이 재단으로 박 이사장은 2013년부터 코로나로 행사가 중단되기 전인 2019년까지 모두 7차례 ‘한국식문화세계화 대축제’를 열었다. 서울의 광화문에서 전국의 한식요리명인과 조리사들을 초빙해 마음껏 솜씨를 뽐내도록 장을 열었다. 박 이사장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식조리사들의 자부심 고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솜씨를 선보이는 장소를 만든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한식조리사들을 대접하기 위해 박 이사장이 기꺼이 사비를 출연했다.

박 이사장은 진주가 교방음식으로 푸드시티(Food city)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3대 음식이 궁중음식, 반가음식, 교방음식입니다. 그 중에서도 교방음식이 접대음식으로 가장 화려하고 영양기능성 면에서도 최고입니다.” 박 이사장은 그 명맥이 사라진 교방음식을 복원하고 활성화하면 진주가 충분히 푸드시티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박 이사장은 올해 5월 교방음식축제 준비를 위한 심포지움을 열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본격적으로 교방음식축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게 박 이사장의 전망이다.

박 이사장은 한식이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연구와 표준화를 담당할 ‘글로벌 한식 아카데미’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이사장은 필생의 사업으로 ‘글로벌 한식 아카데미’ 오픈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 이사장은 이런 준비를 위해 그 자신이 경상대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해 200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미영 이사장은 진주가 교방음식으로 푸드시티(Food city)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미영 이사장은 진주가 교방음식으로 푸드시티(Food city)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미영 이사장과의 대담내용이다.

▲한국음식문화재단이 뭐하는 곳인가.

-한국식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07년 11월 1일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재단법인은 정부가 인가를 쉽게 내주지 않는데.

-그렇다. 대부분 음식 관련 법인은 사단법인이다. 음식과 관련해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재단법인은 한국음식문화재단을 비롯해 서너 곳 뿐이다. 그만큼 재단법인으로 인가받기가 어렵다.

▲이사장은 언제부터 맡았나.

-설립 시부터 지금까지 맡고 있다.

▲이 법인은 어떤 활동을 하나.

-한국음식의 표준화 및 세계화를 위한 학술연구 및 개발을 위해 설립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나.

-2013년부터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까지 7년 동안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식문화세계화 대축제를 개최했다. 또 2008년, 2009년 진주에서 참진주참음식 페스티벌도 개최했다.

▲한국식문화대축제는 어떤 행사인가.

-행사장에 부스 200개를 설치하여 전국에 있는 한식과 관련된 명인, 셰프들을 초청해서 자신의 솜씨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이다.

▲명인과 셰프들을 초청해 기량을 펼치도록 하는 이유가 있나.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이고 한식 명인과 셰프들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게 주요목표였다. 실제로 행사를 해 보면 한식조리인들이 그렇게 빛이 나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처음 보았다.

▲박 이사장은 진주교방음식에 대한 관심도 많은데.

-그렇다. 우리나라 3대 전통음식으로 궁중음식, 반가음식, 교방음식을 꼽고 있다. 저는 이 가운데 교방음식이 조선 최고의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궁중음식은 기본적으로 진상품 위주로 구성된 측면이 강해서 음식의 색이 어둡다. 이에 반해 교방음식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음식의 색이 화려하다. 교방음식은 궁중음식보다 더 화려하고 가짓수가 많은 사교음식이자 접대음식이다.

▲진주에서 교방음식이 발달한 이유가 있나.

-북평양 남진주로 일컬어질 정도로 진주는 기생의 도시였다. 또한 예로부터 조선 인재의 보고였고 병영이나 기관 등이 위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급 접대음식인 교방음식이 발달했다. 거기에 진주는 주변 지역에서 유입되는 산물이 풍부하다. 남해 바다와 지리산이 가까운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식재료 공급이 원활했다.

▲교방음식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나.

-교방음식을 보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음식을 조리할 때 영양소의 파괴를 최소화 해야 한다. 그런데 영양소 파괴가 가장 적은 것이 튀김이고 다음이 찜이다. 진주 교방음식은 70%가 찜요리일 정도로 영양성과 식재료의 기능성을 살린 음식들이었다. 우리 진주에서 이런 조선조 최고의 음식문화가 꽃피웠다는 게 자랑스럽다.

▲교방음식에 대한 고문헌을 찾아서 고증작업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교방음식이 사라진 지 벌써 130여 년에 이른다. 그래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고서에서 한 문장 또는 한 글자를 찾아서 조각들을 맞추는 지난한 작업이다. 20년 정도 이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쯤 ‘맛에 취하고 아름다움에 반하다’는 제목으로 그간의 연구결과를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외국에서도 한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데.

-그렇다. 보통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 일본요리, 중국요리, 서양요리, 태국요리 등이 꼽힌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비만 때문이다. 전 세계인들이 건강염려증이 있다. 그래서 음식을 먹고 싶어도 살이 찔까봐 못 먹는다. 그런데 한식은 칼로리가 낮고 섬유질이 풍부한 건강식이라는 게 점차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한식이 왜 건강식인가.

-한식은 대부분이 발효음식이다. 자연이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인체에 유해한 것들이 사라지고 인체에 유익한 것들만 남게 된다. 한식은 그래서 먹어도 성인병과 비만에 잘 걸리지 않는다.

▲한식이 세계인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한식은 표준화가 안 돼 있다. 그런데 한식이라고 표준화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하고 체계화해서 표준화하지 않으면 세계화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글로벌 한식 요리 아카데미’를 만들어야 한다. 인재양성이 되지 않으면 한식 세계화가 어렵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은 정부가 나서서 인재양성을 하고 있다. 또 이들 인재들이 해외에 진출하면 정부에서 지원할 정도로 관심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식 인재양성과 해외 진출 시 구체적인 지원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한식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등이 없나.

-요리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고등학교들이 있지만, 한식만을 깊이 있게 다루는 전문화 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이사장이 생각하는 글로벌 한식 아카데미는 어떤 모습인가.

-한식의 기본, 기초과정은 공통으로 하되 카테고리별로 심화과정을 1년 또는 2년 정도의 과정으로 하고 외국어까지 교육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 과정을 더 추가로 교육하는 커리큘럼을 가진 학교가 되어야 제대로 된 글로벌 한식 인재양성이 가능하다. 앞으로 저는 이 아카데미를 만드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이렇게 제대로 된 교육기관을 통해 인재가 양성하고 한식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면 한식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식에 대한 자긍심은 어떤 말인가.

-우리나라는 특급 호텔에 한식당과 한식뷔페가 거의 없다. 있는 곳도 구석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해 놨다.

▲왜 그런가.

-한식은 발효음식이다 보니 아마 냄새가 난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 같다. 참 어리석은 생각이다. 김치 등이 냄새가 난다면 냄새를 없앨 방법을 찾아야지 음식점 자체를 입점시키지 않으면 어떻게 한식이 세계화되나.

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우리 음식보다 외래음식을 더 쳐주는 사대사상이 있는 것 같다. 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한식 한 상 차림의 비용이나 스테이크 한 접시의 가격이 비슷한데 거기에 들어가는 정성과 식재료의 가짓수를 따져보면 정성에 비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호텔에 한식당이 들어가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당연하다. 5성급 특급호텔이라면 찾아오는 외국인도 그 나라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식을 먹고 귀국해서 주변에 자랑하면 그게 한식 세계화다. 우리가 우리 음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 한식을 대접해 줄 것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 차원에서 호텔에 한식당과 뷔페가 들어가도록 강력하게 밀어부쳐야 한다.

▲고향, 진주에 대한 계획은 없나.

-정영석 시장 시절인 2008년과 2009년 ‘참진주참음식 페스티벌’을 개최해 대성공을 거뒀다. 그때 5천 명분의 비빔밥을 만들어 제공했다. 또한 4만 명분의 교방음식도 만들어 시식행사를 하였다. 교방음식을 그렇게 많이 만든 것은 제가 처음이었고 그 이후로도 없을 것이다.

▲정 시장 이후에는 행사를 하지 않았나.

-그렇다. 그 이후에는 별다른 행사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진주시 측에서 교방음식 축제를 열려면 미리 분위기 조성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해서 올해 5월 시청에서 이와 관련된 교방문화 심포지움을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방음식으로 진주가 푸드시티(food city)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코로나가 끝나면 진주시청에서도 본격적인 교방음식 축제를 준비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우선 적게라도 교방음식 전시관과 체험관을 만들어 운영해 보고 싶다. 교방음식은 맛과 멋, 그리고 영양, 기능성이 고루 갖추어진 음식이기 때문에 단번에 사람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들어보자. 음식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어머니가 혼례음식 전문가셨다. 어머니가 음식준비를 주로 저녁에 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음식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그런데 엄마가 저한테는 음식직업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는지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됐나.

-중학교 때인가 어머니가 외출을 한 적이 있었다. 집에 소고기와 야채가 가득했다. 그래서 제가 이것으로 육개장을 끓여보았다. 엄마한테는 야단을 맞을 생각을 하고 육개장을 한 통이나 끓였다. 육개장을 한 번도 끓여본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었다. 그런데 식구들이 집에 와서는 맛있다고 3그릇씩 먹었다. 그때부터 엄마도 제가 음식 하는 것을 막지 않으셨다.

▲본격적으로 음식분야에 뛰어든 것은 언제인가.

-3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행사요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식 만드는 재주를 원래 타고났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저는 지금도 음식의 간을 보지 않는다. 그냥 감각으로 한다. 그래도 그게 틀려본 적이 없다. 또 제가 한식을 비롯해 중식, 일식, 양식, 복어 등 모든 조리자격증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그냥 책으로 보고 연습하지 않고 가도 자격증시험에 다 합격했다. 이뿐 아니라 창작요리 경연대회에 여러 번 참가했는데 연습하지 않고도 대상을 땄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그대로 만들 수 있다.

▲식당을 운영한 적도 있나.

-2012년에 파인 다이닝 한식 레스토랑 오정삼미를 운영하였고, 2014년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권유로 잠실롯데월드 몰에서 올해 1월까지 한식당 대장금을 운영했다.

▲대장금은 어떤 성격의 식당인가.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궁중음식체험 한식당이다.

▲음식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학위도 취득한 것으로 안다.

-2004년 경상대 식품영양학과에 학사편입해 석·박사과정을 밟았다. 2008년에 같은 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미국 Stanton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담 황인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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