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블랙코미디Ⅱ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블랙코미디Ⅱ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3.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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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대선 개표 방송이 진행되던 3월 10일 0시 31분은 이해찬 전 총리가 공언했던 민주당의 20년 정권 대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초저녁 내내 우위를 보였던 이재명 후보의 득표가 역전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80퍼센트라는 역대 최고의 지지율로 출발해 유사 이래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내로남불에 갈라치기 정책으로 일관했던 문재인 정권이 5년 만에 결국 대권을 내주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0.73퍼센트라는 초박빙의 결과를 낳은 제20대 대선은 아이러니와 자가당착, 자기모순, 내로남불, 적반하장, 안면몰수 등이 점철되면서 선거기간동안 거대한 블랙코미디 한마당을 연출했다.

우선 이번 대선은 여당이 야당 대통령을 스스로 만들어준 선거였다. 그냥 두었으면 아무 일 없이 임기를 채우고 강아지들과 잘 지냈을 검찰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어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면서 여당의 비극은 시작됐다. 그래서 시중에서는 미애 누나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이라고들 한다. 야당은 자당인물이 아닌 여당이 팽한 인물을 영입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아이러니이자 첫 번째 블랙코미디다. 두 번째는 ‘서울의 소리’라는 친여 유튜브 매체의 헛발질이다. 자신만만하게 터뜨린 불순한 동기의 야당후보 부인 녹취록이 지상파 방송까지 가세해 전파를 탔지만, 오히려 상대방 후보의 지지율과 녹음 당사자의 이미지가 좋아지는 불상사(?)가 터지면서 안하느니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세 번째는 선거에서 패배하자 갑자기 화합을 강조하는 부류들이다. 현 정부가 ‘내로남불’하며 진영논리에 갇힌 탓에 정권을 내준 것이라고 하면서 새 정부는 통합과 화합으로 앞으로 정치적 보복해서는 안 될 것이며, 만일 보복을 하면 그냥 있지 않을 것이라는 여당지지 세력의 경고 또한, 블랙코미디 소재거리다. 실컷 때려놓고 지게 되자 화해하자고 한다.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가 연상된다. 네 번째는 앞으로 출산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여당지지 여성시민단체들의 파격 선언은 오히려 애교 수준이다. 여당 원내대표를 교황 뽑듯이 콘클라베방식을 하겠다는 소식에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벌써부터 의견조율이 안될 정도로 내분의 조짐이 있는지 궁금하다.

블랙코미디는 여당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출마까지 했다가 공천 안준다고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에 복당 안시켜준다고 온갖 말로 비아냥거리다가, 복당시켜주니 대선경선에 뛰어들고 또 경선에 지니까 선거판을 남의 일처럼 겉돌다가 가장 마지막 유세 때는 건강검진을 핑계로 나타나지도 않던 분이 이번에는 지방선거에 출마하시겠다고 한다. 무한변신과 노욕이라는 단어 앞에 과유불급이 무색하다. 두 번째는 당대표라는 인물의 후안무치다. 선거 막판에 단일화해 야당후보의 승리에 일조한 안철수 후보를 유세기간 내내 반대하고 비방으로 일관해 후보단일화 작업을 방해만 한데다, 20·30대 남성·여성의 표심을 갈라치는 발언을 남발해 결국 여성 표를 달아나게 만든 주인공이자 가출전문 양치기 소년이 선거에서 이기자 자기가 당대표라고 나서고 있다. 책임과 의무는 남의 일이고 권리는 자기 몫이라는 주장이다. 이 또한 블랙코미디다.

앞으로 이긴 쪽은 전리품 나눠 갖기에 본격적인 공과다툼 내지는 샅바싸움이 벌어질 전망이고 패배한 쪽은 자성론에다 책임론이 겹쳐, 자칫하면 내부갈등이 표면화될 수도 있을 조짐이다. 게다가 당장 눈앞에 지방선거가 닥쳐오고 있다. 양당은 조만간 건곤일척의 전투를 다시 벌여야 할 상황이다. 0.73%라는 초박빙의 선거결과 어떤 후유증을 낳고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내부갈등을 빨리 봉합하는 쪽이 지방선거의 주도권을 잡을 게 분명하다. 또 어떤 블랙코미디가 연출될지 흥밋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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