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출산과 인문학
[정용우칼럼] 출산과 인문학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학부장
  • 승인 2022.03.1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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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봄은 수많은 새로움을 만나는 계절이다. 햇빛은 따사롭고 바람은 산들산들, 몸과 마음이 부풀어 집 안에 가만있지 못한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도 펴지고 무엇인가 기대를 하며 가슴이 설레면서 나도 모르게 집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뛰쳐나가 마당 둘레에 설치된 화단을 한 바퀴 돌아본다. 여기저기서 새순들이 솟아나고 있다. 상사화, 튤립, 수선화 등은 벌써 한 뼘 가까이 새순이 자라났다. 애기사과, 명자화 등 나무들은 싹 틔울 준비를 벌써 끝냈다. 역시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이 생명의 계절 초입인 지난 토요일, 손주 넷이 한꺼번에 모여들었다.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리니 집 안보다는 잔디밭에서 주로 논다. 놀이기구도 여럿 준비해 두었기에 그들이 시간 보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인지라 놀이기구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싸우다가 대성통곡을 할 때도 있다. 이 소리를 듣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아주머니들이 말씀하신다. “아이구, 우리 동네에서 얼마 만에 들어보는 아이 울음소리인고?” 덩달아 기뻐하시며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신다. 집안아주머니 두 분은 잠시 자리를 떠시더니 자기 집에 가셔서 아이들 용돈을 마련해 오셨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에게 접근은 하지 않으시고 나에게 건네주신다. 맛있는 거 사주라면서. 귀하고 감사한 선물이다.

예전에는 요즘 같은 봄날이면 온 동네가 아이들 뛰노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봄은 시작되었지만 이곳 시골의 마을 풍경은 한적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생명의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죽음의 기운만 감돌고 있다. 죽어갈 노인들만 사는 동네로 변해버렸다. 새 생명은 태어나지 않고 죽어 마을을 떠나면 빈집으로 남는다. 점차 유령마을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물론 도시는 이곳 시골보다는 사정이 낫다. 그러나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도 아기를 잘 낳지 않는다. 진주시도 예외는 아니다. 진주시의 인구는 2014년부터 늘어나 2017년 10월까지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7년 10월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출생이 급격히 줄어들어 시의 인구 감소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봐도 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와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도 이 저출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15년 동안 총 380조 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연속적인 출산율 하락이 보여주듯이 성과가 없었다. 저출산 현상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장기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그 대응은 여전히 단기적이고 비효율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출산에 따르는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출산 대책은 이제 단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애를 낳지 않는 이유부터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 댈 수 있을 것이다. 직업 때문에, 비싼 집값 때문에, 또는 육아의 어려움이 워낙 커기 때문에... 등등 이유는 많을 것이다. 이유마다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하여 정부에서도 이런 이유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로써 약간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젊은이들의 문제의식에 있다. 이점과 관련해서는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퓨연구센터가 최근 내놓은 조사 결과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퓨연구센터에서는 17개 선진국, 약 1만9000명의 성인에게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채워주고 만족스러운 것으로 만들어주는지 주관식으로 묻고 응답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족(가족 행복)’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의미로 꼽혔다(17개국 중 14개국).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와 달리 유독 ‘물질적 풍요’에 집착한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게 되면 더 많이 받으려고만 하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 자기에게 편한 것만 찾게 된다. 물질적 풍요 못지않게 각종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있으니 그것은 희생의 덕목, 책임과 의무의 덕목 같은 것이다. 인문학의 역할이 “삶의 행태에 대한 탐구를 통해 인간적 능력을 배양하고”, “사회변화에 대응하여 가치를 창출하며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제2차 인문학 진흥 기본계획)이라고 했으니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도 인문학의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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