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피암터널’ 유감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피암터널’ 유감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4.12 13: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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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산청군 신안면 원지에서 산청읍으로 가는 국도, 적벽산 아래 길을 따라 바위의 낙석이 위험하다고 해서 바위를 피한다는 이른바 ‘피암터널’이란 게 생겼다. 그동안 낙석사고가 얼마나 있었고 또 얼마나 피해가 있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사고 위험성이 있었는지, 또 공사비용 대비 안전사고 예방과 교통량 분산 효과가 얼마나 있었기 때문에 터널공사를 시작했는지 잘 모르지만 ‘피암터널’이란 게 생기고 나서부터 이곳을 지나다니는 차량은 안심하고 다닐 수 있으니 일견 주민들에게는 편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피암터널이 생기면서 오히려 ‘적벽산’이란 곳의 역사적 가치와 자연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음을 아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변경관의 훼손이 그렇다. 피암터널 위 흙덮기 공사가 앞으로 얼마나 자연친화적으로 최종 마무리가 될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우선 당장 터널 외벽의 벽화 그림과 전시물들이 주변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터널외벽의 벽화는 단성에서 건너가는 단성교와 산청에서 오는 국도에서 볼 때 그리고 강 건너 강누리 들판에서 보아도 도대체 무엇을 그린 그림이고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얼룩무늬 전투복 같은 문양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벽화의 크기와 시각적 인식거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적벽산 절벽의 기암괴석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요소의 배합이다. 그 벽화가 혹시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한 벽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외벽에 산청 출신 역사적 인물을 소개하고 지리산 9경을 담은 사진 수십 장을 전시해 놓고 있긴 하지만 아무도 찾는 이 없으니 이 또한 무용지물이다. 심지어는 사진 설명에 틀린 내용도 있다. 비바람과 햇볕에 전시 사진이 벌써 퇴색하기 시작했다. 피암터널 옆 보도를 다니는 사람을 하루에 한 사람도 구경하기 힘들다. 굳이 그 길을 통행할 이유와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보는 이 없는 벽화와 전시물 결국 예산낭비다.

당초 자연친화적인 피암터널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면, 피암터널의 외벽을 페인트로 회칠을 할 것이 아니라, 보도에 벚꽃나무를 심거나 차라리 덩굴식물을 식재해서 시멘트로 된 외벽을 가려주어 기존의 적벽산 절벽과 어울리는 조경작업을 했어야 할 것이다. 적벽산과 경호강, 그리고 강누리는 과거 조선시대 선비들의 유람 경승지 특히 강회(江會)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적벽 아래 강변에는 누각이 여섯 개나 되었고 당시 유학자들은 적벽과 경호강을 바라보며 자연을 노래하거나 배를 띄우고 적벽 위에 뜬 달과 하늘 그리고 지나가는 바람을 시와 가무를 통해 느끼고 즐겼다. 그렇게 만들기도 어렵고 찾기도 어려운 절경의 적벽산 절벽이 이제는 천연색 페인트로 뒤덮이고 말았으니 화조차 난다. 적벽의 기암괴석을 가까이서 완상할 수 있는 길은 아예 막혔다. 억지로 만들어 붙인 폭포조차 인공미만 넘친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에 가면 적벽보다 규모가 작지만 부용대라는 바위언덕이 있다.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이 ‘부용대’라는 천혜의 절경을 이용해 실경산수를 무대의 배경으로 하는 실경 뮤지컬 ‘왕의 나라’, ‘삼태사’ 등과 같은 대형 공연물을 만들어 성공함으로써 문화도시 안동이라는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한 바가 있다. 단성 강누리에서 바라다보는 적벽산의 절경은 하회마을의 부용대처럼 실경 산수의 대형 공연무대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곳이다. 강누리 쪽 강변을 객석과 무대로 삼고 경호강과 적벽산 절벽을 무대배경으로 하는 문익점과 조식 선생 등 산청 출신 역사인물과 관련한 스토리를 개발해 대형 뮤지컬을 추진한다면 산청의 지역문화를 새롭게 표방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아니 이 같은 사치스러운 생각은 그만두고 우선 당장 터널 외벽 전시 사진 중에 우암 송시열 글씨의 적벽이라는 암각서를 제외하곤 적벽산을 제대로 설명하는 소개 글조차 하나 제대로 없으니 더더욱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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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싸지르시네 2022-06-30 10:54:37
산청군 신안면 원지에서 산청읍으로 가는 국도, 적벽산 아래 길을 따라 바위의 낙석이 위험하다고 해서 바위를 피한다는 이른바 ‘피암터널’이란 게 생겼다. 그동안 낙석사고가 얼마나 있었고 또 얼마나 피해가 있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사고 위험성이 있었는지, 또 공사비용 대비 안전사고 예방과 교통량 분산 효과가 얼마나 있었기 때문에 터널공사를 시작했는지 잘 모르지만

이라고 고백한 후에는 맘껏 하고싶은말을 하시네요....알고 말합시다...어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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