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막무가내(莫無可奈)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막무가내(莫無可奈)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4.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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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막무가내(莫無可奈)란 말이 있다. 한자말을 풀어보면 말 막(莫), 없을 무(無), 가할 가(可), 어찌 내(奈) 등 네 글자로 이루어진 한자 사자성어다. 본래의 뜻은 ‘어찌할 수 없다’라고 해석된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고집이 너무 세거나 무조건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경우에 ’한번 정한 대로 고집하여 도무지 융통성이 없어서 어찌할 수가 없다‘는 의미로 흔히들 쓰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이 말이 한자말임을 거의 인식하지 않고 쓰고 있는 이른바 토착 한자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막무가내‘라는 표현이 요즘 정치가에 이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우선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손석희 전 jtbc사장과 가진 퇴임 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막무가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막무가내라는 단어를 직설적으로 사용했다. 또 ‘지도자로서 적절치 못하다’, ‘ 대통령 모드로 전환하라’는 등의 표현까지 추가됐다. 그러면서 막무가내로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사전에 여론을 수렴하고 충분히 소통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여론수렴과 사전 소통을 강조한 문재인 정권은 지난 5년 동안 여론수렴과 사전 소통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정책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조국을 비롯한 자기식구 몰아주기 장관 인사를 비롯해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 이해불가의 부동산 정책, 원자력 발전 폐기, 가덕도 신공항 추진, 친북친중외교, 한미동맹 파기, 휴전선 군사시설 철거, 울산시장 만들기, 정권말기 대못박기 인사, 검찰총장 죽이기 법무장관 임명 등등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가짓수도 많다.

막무가내라는 말에 대한 화자의 시점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객관적인 입장을 표현하기 보다는 주관적 입장에서 상대방의 태도를 표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상대방이 나름대로의 철학과 주관을 갖고 또 자기생각을 굳힌 뒤에 일을 추진하는 태도를 놓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반대하지만, 상대방에게 그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칠 수가 없는 입장일 경우, 다시 말해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고집과 주장을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는 의미에서 사용한다는 시점이 강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막무가내라는 단어도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에 대해 불만 또는 반대의 의사를 드러낸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중단시키거나 철회시킬 수 없음을 아쉬워하거나 단념하는 부분도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그런 권리나 권한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자신은 상대방에게 막무가내라는 단어를 써도 좋지만 상대방이 막무가내라는 단어를 자신에게 써도 용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거론된 막무가내란 말은 문재인 정권의 트레이드마크인 ‘내로남불’의 또 다른 사례에 해당될 수 있다.

대통령의 임기만료를 불과 2주도 채 안 남긴 시점에서조차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또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권 퇴임 후, 집권기간 동안 그들만의 잔치를 통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방패막이 차원의 검찰의 힘 빼기 작전을 전광석화처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원대 다수당인 민주당내 ‘처럼회’소속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사생결단으로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법이야 말로 막무가내 입법이 분명하다. 다수당인 이점을 이용해 ‘꼼수’와 ‘날치기’까지 구사하는 입법트레인의 현란한 무한질주는 향후 어떤 형상의 괴물로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겠지만, 법안 입안자인 민주당 인사들을 오히려 옥죄고 들어오는 부메랑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데도 말이다. 세상은 돌고 돌아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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