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아전인수 정치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아전인수 정치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6.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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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이제 모내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벼들이 자라기 시작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긴 하지만 벼들이 뜨거운 햇빛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 올 가을에도 황금들판을 이루어 풍년을 노래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최근 가뭄이 심했다고 했지만 물이 없어서 모내기를 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마치 전설처럼 들린다. 과거 1960~70년대 산림녹화와 치수사업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시절엔 모내기를 위한 물푸기 작업은 그해 농사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동네 청년들이 저수지 밑바닥을 걷고 웅덩이에 모인 물을 횃불아래 밤새 퍼내던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시절 유독 자기 밭에 물을 먼저 대려고 하는 놀부가 반드시 있어 동네 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아전인수라는 말은 이 같은 천수답 농사시절에 나온 얘기다. 자기 논에 물을 먼저 댄다는 뜻으로 남이 뭐하고 하던 제 논에 물을 댔으니까 신경 쓸 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지 간에 자기 위주로 편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뜻도 있다. 얼핏 생각해보면 편하게 사는 것 같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결국은 남에게 왕따 당하고 본인 농사는 망칠 수도 있는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요즘같이 소통의 속도가 빛과 같은 시설에 아전인수식 발상의 행동과 주장은 더더욱 그렇다. 특히 정치판에 아전인수식 정치를 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민주당이 결국 지난 5년간 아전인수식으로 정치를 하다 정권을 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정권을 내주고도 민주당은 아전인수 일변도의 정치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어서 갈수록 밉상이다. 다음 총선에는 현재 누리고 있는 국회 다수 의석이라는 위상도 내주지나 않을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민주당의 아전인수식 행태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놓고 특히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고집이다. 지난 총선에서 거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절대 과반수를 얻게 된 민주당은 당시 여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원장 자리는 야당 몫으로 한다는 불문율을 무시하고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곤, 적폐청산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를 비롯해 온갖 아전인수식 법안을 만들어 내더니 이번 대선에서 야당이 되었음에도, 억지로 차지한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고 국회를 3주 동안이나 공전을 시키고 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란다. 참 편리한 아전인수다. 그사이 국회의 공전으로 국민의 일상은 국제적 물가상승, 이자율 압박, 경기 후퇴 등으로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다. 그러고도 경제 불황은 오히려 현 정부 탓을 하고 비난과 공격을 하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속은 타고 있다.

아전인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온 동네가 물을 갈라 써야 하는 경우이다. 물이 풍부한데 제 논에 물 대는 것을 누가 말리랴마는 나누어 써야 할 물이 부족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국민의 평안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라는 통치행위를 생각한다면 아전인수식 정치는 절대 피해야 하는 금기조항에 해당된다. 자기 논리나 주장을 펼치면서 근거를 인용하고 사용하는 것은 자기주장의 객관성을 높이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자기 논리나 주장을 객관적 근거 없이 먼저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맞는 근거를 역으로 찾는 행위는 반대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논리에 빠져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자기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자기 것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는 얘기인데, 문재인정권의 원자력 발전 폐기 정책도 또 다른 사례다. 그 바람에 한국전력만 골병이 들대로 들고 마치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다. 뒤처리는 후임 정권이 몫이 되고 말았다. 정작 사고를 친 정당은 자신들과는 관계없다는 태도다. 가정법이긴 하지만 민주당이 다음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잃게 되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면서 과연 어떤 논리를 들이댈지 지금부터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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