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청와대 관람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청와대 관람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2.07.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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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김용희 시인·수필가

조카들이 입장권을 신청해서 방문한 청와대. 출입문은 3개다. 서쪽 분수대 사랑채 쪽, 여기는 4.19시절 발포하여 수십명의 학생들이 희생당한 곳이다. 그리고 경복궁 후문 신무문이 앞문이 되는 정문, 마지막 동쪽은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던 춘추관 쪽 문이다. 춘추관 이름은 이전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리가 춘추관이어서란다.

여하튼 간신히 유지되는 여름철 에너지 모아서 12시쯤 도착하니 인산인해다, 7월 초순 서울시 폭염주의보 경보가 무색하다. 서문인 영빈관 문이 정문 격으로 대부분 방문객들이 이용하지만 입장부터 긴 줄이다. 입구에서 관람신청 확인 후 입장하니 아뿔싸 벌써 영빈관 관람도 최소 30분은 한낮 더위에 대기해야 하는 상황, 포기하고 본관 쪽으로 향한다. 대통령집무실, 늘 TV에서 청와대 소개하면 보는 3채의 푸른 기와 건물 즉 청와대다. 여긴 줄이 더 길다. 족히 200미터는 돼 보인다. 그래도 본관은 봐야한다고 동생부부와 줄을 섰다. 난 조금 동행하다 포기. 그래도 퇴장은 아쉬워 울창한 숲과 작은 계곡이 있는 녹지원으로 향한다. 여기는 어린이날 행사, BTS가 청년의 날 행사하던 곳. 전통가옥 양식의 ‘상춘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번 윤통 인수위 시절 문통과 한참 티격거릴 때 아마도 여기서 만났지 싶다. 35도를 넘는 더위에도 이 작은 계곡에는 찬바람이 돌듯한다.

그리곤 곧장 퇴장했다. 청와대 밖 사랑채 앞에서 기다리는 조카애들의 친절한 배려로 냉커피 한잔하며 관람 마치고 오는 동생부부를 기다린다.

우리 집 조카 중 막내, 뽀로로 회사 다니는 엄청 귀여운 녀석. 그리고 경상대 졸업하고 뇌과학 전공으로 고려대 박사취득 후 근무 중인 큰 녀석은 이번에 프랑스 학회 참석한단다. 참 자랑스런 녀석들~ 얘들 데리고 이것저것 질문한다. 막내 젤 싫어하는 남친없는 허송세월(?) 얘기까지 어쩔 수 없이 끼워서... 기다리다 보니 폭염을 뚫고 대충 관람 마친 동생 온다. 이제 기력이 쇠진한 코리(개)의 마중을 받으며.

여하튼 청와대 그 질곡의 역사. 제일 아쉬운 것은 무작정 개방부터의 정책이긴 하다. 뭐가 급해서 문통 퇴임 다음날부터. 여긴 근대사의 명암이 서린 곳, 아니 숨어 잠겨있는 곳이다. ‘청와대를 국민품으로’ 구호도 별로다. 꼭 귀한 보물 감추고 있다 돌려주는 것처럼. 문장이야 완벽하지만 해석하기 나름이다. 철의 장막, 최고의 명당터를 드디어 국민에게 돌려준 윤정부, 권위주의를 파괴한 윤정부. 그렇게 이미지 제고해서 잘되시기만 바란다. ‘칠궁’은 후궁으로 왕을 낳은 분들을 모신 곳이요. ‘경복궁’은 조선의 산 역사다. 모두 사적이다. 그런데 사적 지정도 않고 개방부터 한 청와대. 그곳이 갖는 역사적 가치가 얼마인가.

이곳은 조선총독부, 미군정청. 경무대, 청와대를 거쳐... 윤보선이 청와대라 개명하고 전두환까지. 지금의 청와대는 수궁터에 있던 구 건물 두고 노태우가 집무실과 관저 분리해서 청와대 본관과 관저를 지었단다. 신군부는 기와를 좋아했나 보다. 전두환은 독립기념관 동양 최대 기와집으로, 노태우는 청와대를. 여하튼 좋다 백악관 버금가는 이름의 청와대. 백과 청, 우호적 맞장 맞수 한 번 해보지 뭐. 대등한 위치에서. 여하튼 청와대도 나름 의미있었는데 용산시대는 더 좋겠지~. 의도한 바대로 윤통 제발 권위주의 박살낸 대통령 되길 기대해 본다.

근세사의 청와대! 일제, 미군정, 이승만 그리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영삼과 대중과 무현 다시 그네와 명박 문통까지... 한국 근대사를 만들고 뒤틀고 하던 곳이니 참으로 역사 유서 깊은 곳이다. 때문에 청와대는 관람용도 좋지만 의미론으로 가는 게 더 좋겠다. 그러니까 장소나 건물이 아니라 그것들이 내포한 의미, 하드가 아니라 소프트로... 청와대는 2차대전 후 가장 먼저 외형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서게 한 대한민국을 만든 곳. 그러나 여기서 기거하면서 근무하고 퇴임한 분들이 한결같이 거의 뒤끝이 좋지 않았던, 문통 하나만이라도 평안한 여생을 기대해 본다. 아니다 전과 노도 천수를 다했겠다.

여기 옛 본관 수궁터 어디쯤 고려 충렬왕 때부터 살아온 주목 744살 노노노~인네가 있다던데 못 봤다. 여하튼 정갈한 관리, 수려한 경관, 엄숙한 기가 서린 경내가 여기가 청와대 임이 분명하다. 고려 남경부터라면 이곳은 거의 천년을 궁궐인 셈이었다.

청와대 관람소감? 그건~~~글쎄다. 그걸 한마디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좀~. 이 앞길도 다니기도 어려웠는데 경내를 수천 수백만 관람객이 들어오다니 격세지감일 뿐이다. 못내 아쉬운 것은 관람우선이 아니라 보존우선이었으면 했었다는 것.

동생 식구들과 한낮 더위 피해 택시로 ‘한상’이라는 한식집 간다. 평소 잘 이용하지 않던 택시 앱을 이용해서 실험용으로 탔다. 그런데 좀 너무하다 싶다. 과하게 편하다. 몇 분 후 택시번호 몇 번 도착 예정. 오고 있는 상황까지 알려준다. 선 요금결재 기능까지. 거 참~ 이런 세상이...

대중사회 그 중심에선 정치권과 거대기업. 좀 씁쓸하다. 너무 소소히 개인 일상이 밝혀지는, 개인이 독자적 가치판단을 하기 어려운 후기산업사회, 거대기업 온라인 세상의 강자의 횡포는 또 어쩔 것인가? 갑자기 다시 조지오웰이 오버랩 된다. ‘동물농장’ ‘1984’ 빅 브라더스. 우리 개인은 대중 속의 하나 (one of them)가 아닌 유일하고 독특한 개성을 지닌 존재(only one)라는 존엄성이, 호도되는 가치판단의 기준에 휩쓸려 그야말로 ‘다수와 묶음’으로 관리되는 설마 농장 속의 한 개체로 취급되지는 않는다 해도, 편리성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내·외면적 사적 공간이 탈탈 털리며 사는 세태는 또 어찌 할 것인가? 주일 백화점 대기 차량의 긴 줄은 이 생각을 더 확장시켜 준다.

집무실 이전, 그게 단순히 장소변경만의 문제는 아니겠다. 이 정부는 이제 이념, 계층, 지정학적 균형까지 솔로몬의 지혜라도 발휘해서 역시 용산이었다고, 훗날 평가될 ‘새 술이 담긴 새 부대’ 였다고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대, 염원, 희망, 바람... 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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