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연인산 소양댐 기행
[김용희의 세상엿보기] 연인산 소양댐 기행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2.08.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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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시인·수필가
김용희 시인·수필가

최고조 더운 여름날. 조카 호텔 정 사장과 가족 피서 휴가를 떠났다. 수험생 아들 쉬게 해주려는 아비의 부정에 묻어서. 1시쯤 출발한 서울, 한낮의 맹폭염을 뚫고 다소 막히는 길을 따라 화도 청평 가평, 중간 어디쯤서 마트 들렀다. 휴가철 젊은이들로 붐빈다. 바베큐 할 고기 사고, 라면 과자 수박 등등 한 짐을 싣고 가평 연인산 펜션 도착하니 거의 4시. 연인리조트는 맑고 풍부한 수량의 개울가에 있었다.

동서양식 혼합형 리조트는 축조한 지 꽤 지나 보였다. 여름 한철 운영해서, 아니 가을 겨울에도 이용객은 있겠지만 이게 수익구조가 될까 괜스레 소용없는 우려도 해본다. 어마한 자금이 투자되고 관리 수리비도 꽤 들 것 같다.

전국이 펜션이고 어디든 산속이나 들판이나 전원주택이다. 우리나라 국토이용계획 이대로 좋을지.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 너무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자연과 도시가, 자연과 촌락이 어우러져 개발되고 있는 것이 늘 부럽다. 건축양식 규제와 광역토지이용계획이 늘 아쉽다.

계곡에는 벌써 나들이 휴가객으로 붐빈다. 짐을 대충 풀고 계곡으로 향한다. 그늘 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물소리가 요란스러울 정도로 시원하다. 맑은 물, 젊은이들과 손자뻘 아이들. 계곡물에 발 담그니 소장까지 시린듯하다. 조카 부자는 계곡물로 향하고 누님과는 시린듯한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세월이 흐른 게다. 엊그제 뉴스에 12.12가 40년 전이라니. 언제 세월이 그토록 속히 갔는지. 사실 삶은 늘 미련을 남기고 저만치 가 있는 것이다.

속까지 훤히 보이는 계곡물. 이 산 위쪽이 명지산이었지. 여기 연인산은 우목봉을 1999년 처음으로 공모해서 이름 붙인 산이란다. 물놀이 끝내고 이른 저녁을 준비한다. 돼지고기 소고기 숯불... 그리고 마트형 된장찌개에 쌈장 좀 더 풀어서 된장찌개, 사 온 열무김치 모두 맛나다. 그럴 수밖에 이리 산골 야외에서 먹으니... 과히 배 터지도록 먹었다. 수박 라면으로 마무리하고 짙어오는 어둠 길을 따라 또 개울로 갔다. 물소리는 더욱 요란해진 이제는 누구도 없는 개울가에 앉아 한참을 있었다. 지난 시간 속에서 흘러가버린 세월을 반추하며, 그러다간 귀실해서 뉴스 보고 취침.

예와 같이 또 새벽에 잠깬다 4시 반. 다시 여명을 맞으러 계곡으로 향한다. 어둠이 걷혀가는 계곡에 또 한참을 앉아있었다. 서서히 깨어나는 아침을 맞는 일은 이국땅 어디쯤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듯, 늘 준비되는 새벽이란 이름의 무대를 다시 새삼 느끼듯... 한동준의 “아침이

오는 소리에~”로 시작되는 ‘너를 사랑해’를 들어 본다. 이끼 한 톨 없는 저 풍부한 수량의 맑은 물, 어떻게 보면 자연이란 것은 한없는 은혜요 사랑이다. 그 준비된 사랑에 우린 그저 무의식하고 있을 뿐.

그렇게 깨어난 아침을 강가에 두고 귀실해서 라면 아침을 먹었다. 조카부자는 늘 둘이 정겹다. 식후 부족한 잠을 좀 청하고 일어나니 좀 가벼워졌다. 조카와 누님과 셋이서 한시간 가량 담소했다. 살아 온 보따리들 풀고.

그리곤 짐을 정리해서 춘천으로 출발. 닭갈비 골목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닭갈비와 막국수 맛나다. 숯불 생고기와 양념달갈비 오늘은 철판구이는 아니다. 그리곤 쟁반막국수. 한껏 다시 배를 채우고 종업원 권고따라 추천장소 소양댐 유람선을 갔다. 왕복 1인 7천원. 그야말로 맹더위다. 청평사 입구 계곡까지만 갔다. 너무 덥다. 절 관람 포기하고 아이스크림만 하나씩 먹고 담소하다가 다시 선착장으로, 동행한 손자뻘 수험생이 부드럽고 귀엽고 티가 없다.

그리곤 귀경길 약 두어 시간 채 못되어 서울 도착. 그렇게 가평 춘천 1박2일의 즐거운 여행이었다. 대화 화제는 윤정부, 그런 건 공통분모로서 대화 주제로는 늘 적절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 사장 사회관 예리하고 즐겁다. 진보란 인간들 사랑을 하려하는 찌질한 처사로 늘 문제가 된다고 전직 두 시장과 도지자. 보수란 넘은 돈으로 해결하는데... 그리고 법이란 게 가장 좋은 가진 자들의 보호막이라고. 변호사가 알아서 다 보호해주니. 돈의 논리와 기준으로 재편된 세상. 해서 약자의 수단은 집단행동 소위 꼬장 밖에는 없다고. 그것도 최고는 다른 단체 이용하는 등의 방법도 좋단다.

올 여름은 유난히 길고도 덥다. 그건 은퇴 후 계속 따라붙는 무료함과 고독 때문 아닐까. 사회적 기여와 역할에서 밀려난 자의 외로움. 사실 사회적 기여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무의미 일 수도 있는데, 기여도가 아니라 역할이겠지. 관객보다는 배우로 살고 싶은, 노동의 권리를 잃어버린 은퇴가 주는 소외감이겠지. 노인문제, 그것은 각 개인이 책임져야할 몫으로 남겨두는 사회, 우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사회보장강화 임금피크제제도화. 제2의 인생, 인생 2막이란 어찌 해야 할까. 어쩌면 그것은 기회인지도 모르는데. 개인이 이제 외부 아니고 내면으로 성숙할 기회.

예상치 않았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 원래 사람이 꽃보다 이쁜 법, 쫓기듯 살던 시간 사이로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고 이제 풀어져 버린 시간은 사실 휴가란 것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린 시간 위를 걸어가는 배우이거나 혹은 관객이겠다 기획자인 것으로 착각할 뿐... 아침은 항시 새롭게 깨어나지만 오늘이 어제의 그날은 아니다. 그러기에 우린 다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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