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어떤 선물
[정용우칼럼] 어떤 선물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2.08.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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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가족·이웃·친구들에서 시작해 직장, 더 넓게 국가로 이어지는 관계망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사람과 연대를 이루며 살아간다. 우리 삶의 대부분이 관계의 산물이자 관계의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여 진정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관계가 친밀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친밀하고 아름다운 관계는 관심과 배려에 의해 만들어진다.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선물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선물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남한테 베푸는 선의다. 삭막한 세상살이에서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무상의 선물은 행복과 기쁨의 에너지를 생성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보통의 경우 값비싸고 큰 선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하여 값싸고 소박한 작은 선물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선물에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성만 담겨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이런 소박한 선물 두 개를 받았다. 물론 나는 그 선물을 받고 극히 만족스러웠다. 선물을 주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 있고 그 선물을 받는 자가 극히 만족했으니 이 선물은 그 기능을 완성한 셈이다. 이번에 나에게 선물을 준 사람은 내 아들의 둘째 딸 그러니까 내 손주다. 이 손주가 아빠 엄마 여름휴가 기간 중 시골 우리 집에 왔다. 태어난 지 1년 4개월이 지난 아이라 바깥에서 뛰어놀기는 아직 그렇고... 하여 우리 집에 왔을 때도 집 안에서 주로 논다. 어른 한 사람 사는 시골집이라 어린애들이 갖고 놀 장난감 같은 게 별로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할머니는 장난감 대신 부엌 주방용품과 식기류 등을 깨끗하게 닦아 내어놓는다. 아이들은 참 신기하게도 이 주방용품과 식기류들을 갖고도 잘 논다. 어쩜 매일 자기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식상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아이들이 잘 노는 것을 보고는 안도하며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서 내 할 일을 한다. 할머니와 아이 부모는 그간 미루어두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상황이 제법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런데 잘 놀던 아이가 손에 부침개 요리할 때 사용하는 주걱 하나 들고 내방으로 들어온다. 돌 지난 지 1년 4개월이나 되었기에 잘 걷는다. 그런데 나를 잠시 응시하더니 손에 잡고 있던 그 주걱을 나에게 건네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 그 주걱을 정성스레 받아들인다. 내가 안아주면서 그리고 내려주면서 “고마워요.” 인사를 건넸더니 자기도 꾸벅 인사를 한다. 너무 귀엽다. 선물을 받은 나는 이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거실로 나가 가족들에게 자랑하고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른 후 이 아이가 다시 손에 선물 하나 쥐고 나에게로 왔다. 이번에는 햇반 담았던 플라스틱 그릇이다. 이 그릇을 앞에서 했듯이 살며시 나에게 건넨다. 나는 또 받아주고 고개 숙여 고맙다고 인사했다. 아이도 나를 따라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바로 자기 놀이터로 돌아갔다.

내 손주는 이 세상에 태어나고서 1년을 조금 넘었지만 나와는 그리 많은 접촉이 있은 것은 아니다. 손주는 진주에 살고 나는 이곳 시골에서 살기 때문이다. 아내가 대전에서 이곳으로 왔을 때 우리는 만난다. 그러니 가끔씩 만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기랑 무슨 관계가 맺어져 있다는 것을 막연하기는 하지만 아는 모양이다. 아내 말로는 어린 애들은 본능적으로 이 집에서 누가 제일 어른인지를 안다고 했다. 하여 나와 친해 보고 싶은 것일 게다. 친하고 싶은데 그냥 친하게 지내자고 하려니 무언가 어색하고... 그래서 이 어린 아이가 나름 궁리 끝에 찾아낸 방법이 선물을 건네는 것. 아장아장 내 방까지 걸어와서 살짝 미소 지으면서 나에게 이 ‘선물’을 건넨다. 미소는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미소요, 선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지다. 어린 마음이지만 나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는 한 방법이리라. 내 어린 손주가 나에게 건네준 최초의 선물. 생각지도, 기대하지도 못했던 선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밀려오는 행복감, 감동 그 자체였다.

가족과 가정은 인간이 최초로 경험하는 관계이며, 사회다.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가족과 가정 내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깊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식 안에 부모가 들어있다. 우리는 아가들이 소중한 사람들과 친밀하고 굳건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사회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내 손주는 다음에 또 이런 소소한 선물을 나에게 갖다줄 것이다. 그때는 더 정성스럽게 선물을 받아들여야겠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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