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자승자박(自繩自縛)
[하동근칼럼 東松餘談] 자승자박(自繩自縛)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8.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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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자승자박이란 말이 있다. 한서(漢書) 유협전(遊俠傳)에 나오는 자박(自縛)이란 고사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로 ‘자신의 새끼줄로 제 몸이 옭아 매여서 곤란을 겪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스스로 번뇌를 일으켜 괴로워하거나 자기가 잘못함으로써 스스로 불행을 초래하는 것을 비유한 의미이기도 하다. 김시습은 ‘날뛰거나 우뚝 서는 게 누구의 허물인고? 누에나방같이 자승자박하는 짓’이라고 하며 자승자박을 누에고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자승자박과 비슷한 이야기로는 이솝우화의 ‘자기 꾀에 빠진 당나귀’가 있다. 소금을 잔뜩 싣고 강을 건너다 우연히 물에 빠졌는데 짐이 가벼워진 점을 이용해 그다음에 솜을 싣고 강을 건너다 일부러 물에 빠졌지만 오히려 솜의 무게를 못 견디고 물에 빠져 죽었다는 우화다.

요즘 민주당이 그런 모습이다. 자기 꾀에 자기가 속았다고나 할까? 윤석열 정권 출범 전 민생을 뒷전으로 한 채, 주변의 우려와 비판을 무시한 채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난리를 피운데다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면서까지 집착해온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내놓은 ‘검찰의 수사권 범위를 본래 자리로 되돌리는 대통령 시행령 개정’이란 생각치도 않은 복병을 만나면서 그동안 심혈을 기울인 노력이 한순간에 다 날아가는 참으로 허망한 꼴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의 권능을 무시했다’, ‘법치주의를 교란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조롱하는 행위’라고 말로는 성토하고 있지만 더 이상 한 장관의 시행령 개정을 막을 수 있는 국회차원에서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정치적 대응책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끌려다니면서 안팎으로 험한 꼴을 당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장관의 검언유착을 털려고 몸싸움까지 벌였는가 하면, 유시민을 통해 ‘계좌추적’했다면서 핍박했지만 실패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모’ 발언으로 오히려 세상의 웃음거리만 자초했고, 박범계 전 장관도 맞장 대결에서 보기 좋게 패퇴했다. 문제의 대통령 시행령 개정은 ‘검수완박법’ 조항 가운데 원안이었던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을 ‘등’으로 수정 통과시킨 것이 빌미가 되긴 했지만 입법취지보다는 문언해석이 우선한다는 한 장관의 주장에 민주당은 한마디 반박조차 힘든 꼴이 되고 말았다. 당초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앞세웠지만 검수완박법이 지난 정권의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한 보호막 차원에서 추진했다는 점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게 ‘등’이란 글자 하나로 말짱 도루묵이 되었으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얼마나 허탈할까? 오죽하면 민주당 안팎에서 공한증(恐韓症)이란 단어가 새로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전히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보호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전 대통령 후보에 대한 갖가지 의혹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당 내부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소시점에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대표의 자격상실 관련 당헌 80조를 완화했다. 지난 지자체 보궐선거에서 성관련 범죄자는 후보로 출마시키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지방선거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여전히 내로남불에 후안무치의 연속이다. 국민의힘과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내려갔다고 공격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더 급선무일지 모르는데도 말이다. ‘자승자박’이란 말은 원래 고사에서는 죄를 저지른 자가 자신을 벌하려는 자를 피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리자 항복의 표시로 스스로 자신의 몸을 포박하고 귀에 화살을 꿰어 상대방에게 관용을 요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민주당의 ‘검수완박법’이야 말로 민주당이 스스로 잘못된 의도에서 법 추진을 감행한 점을 실토하고 국민들의 용서를 비는 것이 오히려 자승자박이란 원전에 걸맞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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