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구름과 부동산 대책
[정용우칼럼] 구름과 부동산 대책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2.08.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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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24절기 중 더위가 가장 심하다는 대서(大暑)와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暑) 사이에서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立秋), 그 입추가 지난 지 열흘이 넘었다. ‘칠월류화(七月-陰曆-流火)’라 하더니 가만히 귀 기울이면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수매미도 힘이 빠졌고 아침저녁이면 제법 서늘한 기운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낮에는 여전히 덥다. 그 더위를 피하여 나는 주로 저녁 무렵에 산책에 나선다. 어제 소나기가 내려서인지 하늘이 맑고 깨끗하다. 그 하늘 한 켠에 구름이 유유히 흘러 다닌다. 나도 여유롭게 떠다니는 구름을 쳐다본다. 짧은 시간이지만 구름이 핀란드까지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반도 모양새를 이룬다. 어제 아침 뉴스에 핀란드 여성총리가 어느 파티에서 즐겁게 춤추는 모습을 보았는데 오늘은 핀란드 땅모양을 닮은 구름의 모습이라니...

나는 이처럼 유유자적 흘러 다니는 구름을 보며 그 천태만상 형태의 변화를 즐기기도 하고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낮에는 연기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라 쌓인 눈처럼 포개지고 저물녘에는 양떼구름이 되어 하늘에 솜이불을 덮기도 한다. 산처럼 높다가 깃털처럼 흩어져 버리기도 한다. 구름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자유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구름처럼 그 어디에도 걸림 없이 흘러가고 싶어진다. 정체는 언제나 집착의 시작이고 세상 향하는 열린 가슴의 문을 닫아 버린다. 오직 흘러가는 것만이 자유롭고 평화롭다. 진정한 의미의 운수행각은 마음을 쉬고 자신으로부터 훌훌 떠나는 것. 어디든 못 갈 데가 없다. 산이 높으면 중턱에 걸려 쉬고 바람이 빠르면 그 바람을 타고 골을 넘어간다. 몸이 쓸데없이 무거워지면 비를 뿌려 가볍게 흩어진다. 걸림이 없이 자재롭다.

흰 구름은 흰 마음,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정신이다. 나도 그러한 정신으로 구름처럼 자유롭게 살다 가고 싶다. 그러나 우리 세상살이,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자기 원근법에 의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버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흘러가는 법을 익히지 않는 한 그것은 불가능하다. 마음을 쉬지 못하면 어디를 간들 자유와 평온을 만날 수 있으랴.

구름의 자유로움은 끊임없는 변화에서 비롯된다. 구름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움직인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천태만상의 변화는 꼭 내 마음과 같다. 구름과 생각은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생각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구름처럼 계속해서 형태를 바꾼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은 바뀌어 버린다. 본체는 하나인데 형상은 천변만화다. 끊임없이 움직인다. 어떤 생각도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조금 전에는 화가 났었다. 그때 마음은 화가 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환한 미소를 짓고 마치 화낸 일이 없었던 것처럼 그 생각들도 모두 사라져 버린다. 한 가지 사념이 다른 사념으로 변한다. 생각의 세계가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처럼 흰 구름도 영원하지 않아 온데간데없어지고 허공만 나를 안는다. 변화하고 사라져버리는 구름의 속성. 이 속성 때문에 옛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때 구름을 그리지 않았다. 그림자를 그리는 법이 없듯이 말이다. 허상(虛像)이기 때문이다. 항상(恒常)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항상되지 아니한 것은 참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옛사람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뜬구름 잡는 일’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폭우 피해 때문에 1주일 연기되었던 부동산대책이 8월 16일 발표되었다. 정부가 향후 5년간 서울 50만호를 포함해 수도권에 158만호, 비수도권에 112만호 등 총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단다. 작년 주택총조사 결과,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와 세종에 있는 모든 아파트를 더해야 270만 정도다(조선일보). 이 화려하고 담대한 청사진을 접하면서 나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주거안정을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또 한 번의 희망고문이 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40년 이상 부동산시장과 부동산정책을 지켜본 나로서는 270만호 주택공급을 위한 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주택을 지을 부지는 어떻게 마련할지 그리고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어도 민간 건설 분량이 차질 없이 실행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흔적을 발견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러한 고민 없이 여러 부동산대책을 발표했기에 국민의 주거안정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뜬구름 잡는 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번 정부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하루 빨리 실현가능한 구체적 대책들이 속속 마련되길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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