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모기
[정용우칼럼] 모기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2.09.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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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이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딸 아들이 그들 자녀와 함께 이곳 시골을 방문했다. 나의 하루하루는 참 즐거웠다. 이들과 함께한 나는 내내 즐거웠지만 그들에게는 미안한 점도 있다. 특히 손주들에게는... 이들에 대한 모기의 공격을 완전 차단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가을 초입이지만 집 밖에는 온통 모기 천지이니 손주 아이들이 밖에서 뛰놀 때 그만큼 모기에게 노출되기 쉽다. 집안에서도 그 정도는 덜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이라 집 안팎으로 들락거리니 자연 모기가 집 안으로 따라 들어오기 쉽다. 주로 암컷이 따라 들어온다. 수컷은 꽃의 꿀이나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고 살지만 암컷은 정자를 받으면 온혈동물의 피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포유류·조류의 피에 든 단백질과 철분이 알의 성숙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무자비한 손사냥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의 피를 갈구하는 모정의 애처로운 날갯짓이다. 이런 암컷들로 인해 시골 여름철 지내기, 모기 때문에 여간 애를 먹은 것이 아니다. 내내 모기와의 전쟁일 수밖에 없다. 모기는 혈액의 원활한 섭취를 위해 사람의 피부에 타액을 주입하는데 이 때문에 견딜 수 없게 가려워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려워 긁어대면 부스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 몸에 모기 물린 자국이 여러 곳 생겨났고 나는 그만큼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모기에게 시달리기는 했지만 함께 지내면서 아름다운 추억거리 많이 만들어준 아이들은 떠나가고 지금은 다시 혼자다. 아이들과 함께 뛰놀던 잔디밭.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잔디밭에 솟아난 잡초들을 뽑아내는 작업을 한다. 며칠째 비가 계속 내린 후 모처럼 하늘이 개어 땅이 적당히 수분을 머금고 있다. 풀이 잘 뽑히니 작업하기에 딱 좋다. 가을 초입이라 하지만 낮시간 대에는 제법 덥다. 하여 잔디밭 풀 뽑기는 주로 오후 늦은 시간에 한다. 그런데 이 무렵이 되면 작업을 방해하는 것들이 있으니 역시 모기다. 풀 뽑기도 작업인지라 땀이 난다. 이 땀 냄새를 모기들은 좋아한다. 까만 모기들이 수없이 몰려든다. 그래서 긴소매 옷과 바지를 입어야 한다. 그것도 밝은색 옷을 입어야 한다. 검은색, 갈색, 청남색 등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는 게 모기를 이끄는 미세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잔디밭에서 홀로 작업하는 나에게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가온다. 농약 치면 되는 데 무슨 생고생을 그리하느냐고 한마디씩 거든다. 그 와중에 모기가 아주머니들을 공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한 마디. “모기 때문에 작업도 못하겠구먼.” 이에 내가 대꾸한다. “저는 모기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요.”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나는 다른 보통사람들에 비해 모기에 강한 편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을 경우, 다른 사람 피가 우선 공격 대상이다. 나는 그 우선순위에서 살짝 밀려난다. 모기 입장에서 보면 나는 결코 맛있는 먹거리가 아니라는 이야기. 그래서 가능하면 안 먹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이 높아지고 가을이 다가오면, 다시 말해 자기네 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체감하게 되면, 그들은 조바심이 날 것이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모기들에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이 세상에서 살고 싶은 생의 의지로 똘똘 뭉친 모기들에게는 나라고 공격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쯤 되면 자기 몸무게의 2~3배인 최고 10㎎까지 피를 빨아들이는 모기가 얄미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1년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기가 옮기는 학질 때문에 죽는다니 백해무익하다. 아니 인간에게 끼치는 피해만 놓고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인 셈이다.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히고 피해만 입히는 동물일 뿐이니 죽음을 무릅쓴 암컷 모기의 모정 따위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람들이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사용해서 지구상에서 모기를 박멸하려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렇다면 조물주 하느님은 왜 이렇게 쓸모는 없고 피해만 입히는 동물을 탄생시켰을까. 우리 사람들에게는 쓸모없고 성가신 존재일 뿐이지만 조물주 하느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 것이 틀림없다. 조물주 하느님은 이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무언가 그 역할이 있을 것이니... 곰곰 생각해 본다.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 선생께서 그 실마리를 풀어주신다. ‘님의 침묵’ 초간본(만해박물관)에 나오는 산문시 ‘모기’다. 만해는 두 손 합장하고 모기에게 크게 배울 것이 있다고 읊었다. 사람은 사람의 피를 서로 먹는데, 모기는 동족의 피를 빨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우리 사람을 깨우치기 위한 모기의 쓸모. 지구촌 어디서는 지금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연일 일어나고 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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