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애국
[정용우칼럼] 애국
  •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 승인 2022.10.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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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정용우 前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학부장

어제 친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 전화기에는 친구들 전화번호가 저장이 되어 있어 전화가 걸려오면 누구로부터 걸려온 전화인지 대번에 알아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동창친구다. 그만큼 오래된 친구다. 친구의 이름이 전화기에 뜨는 순간 아차 싶었다. 내가 먼저 전화를 걸 걸... 자괴감이 밀려왔다. 친한 친구임에도 오랫동안 안부전화 한 번 걸지 못한 채 엉거주춤 세월만 낭비한 것에 대한 자괴감.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는다. 무슨 용건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안부 전화였다. 내가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서 본 후로 몇 년이 흘렀으니 그간 잘 지내고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둘째 아들 결혼 후 처음 나누는 대화인지라 자연 손주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손주가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두 명이란다. 나는 다섯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 말 “애국자네.” 나는 이 말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인구를 하나 더 늘린 것이 얼마나 애국자냐는 뜻일 게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애국’이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본다. 진정한 애국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온다. 공동체를 위해 자기희생까지 감수하려는 개인의 마음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 한 이런 진정한 애국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의미에서의 애국은 좀 멀고 생소하다. 그저 각종 법에서 규정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니... 우리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에는 여럿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은 국방의 의무다. 이 의무는 때때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희생까지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은 바르게 항상 대비하는 데 있고, 전쟁의 승리는 백성을 안전하게 하는 강한 군세에 달려 있다(御削防侵籍正常 勝戰安民任勢强 - 손자). 하여 국민개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병역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자라면 반드시 군대를 가야 한다.

이를 철썩같이 믿고 따른 내 아버지는 6.25전쟁 참전용사다. 전쟁에서 살아남았기는 했지만 소중한 이를 잃거나 죽음에 대한 위협을 겪은 뒤 생긴 공포와 불안감이 트라우마로 작용, 담배와 술을 끊지 못하시더니 47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몸이 병들어 갈 때마다 과연 지난 삶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는지 수도 없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던 어머니, 그 속쓰림이 어떠했을까마는 그래도 아들 4명 군대는 갔다 와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다행히 아들 4명은 현역병 복무를 무사히 마쳤고 또 그 아들들(어머니에게는 손자) 5명도 전부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이로써 우리 가족은 남자의 경우 100%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셈이다. 어느 정치인처럼 우리 가족 구성원 중에도 ‘두드러기’ 따위의 흔한 질병 따위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그러니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 ‘애국’한 사람들이라 해도 부끄럽지는 않을 만하다.

우리 가족의 군복무 상황은 이러하지만 나는 우리 가족처럼 그러한 방법의 애국만 강조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국민개병제가 원칙인 이 나라에서는 법적 요건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우리 가족과 같은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산업기능요원제도와 전문연구요원제도에 따라 고졸부터 박사학위 소지자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분야와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며 병역 의무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며 예술 및 체육 분야 특기자 제도에 따라 활동함으로써 군복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본다. 나라를 지키고 국가 이미지를 고양하는 방법이 다양한 것처럼 이러한 예외를 두는 것에 대해 나도 별 거부감 없이 수긍할 수 있다.

요즘 들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BTS의 병역특례 문제. 나는 국가 브랜드 고양과 막대한 경제 유발 효과를 들며 이 그룹 멤버들의 군 대체복무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같은 음악 분야이지만 클래식과 국악은 되고 대중음악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형평성이 없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입법상의 실수로 보는 것이 맞다. 상황이 급해지니 이제 서야 여론조사까지 해서 입법 여부를 결정한다고 난리다. 볼썽사납다. 이런 형평성의 문제를 미리 비교분석하여 입법화 해놨더라면 요즘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정치인의 보다 넓은 안목이 요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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